지난 12월 7일,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華爲)의 사실상 제2인자인 멍완저우(孟晩舟·46)가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사건이 벌어졌다. 멍완저우는 화웨이의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다. `화웨이`는 "중화(中華)를 위하여"란 뜻으로,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암시한다. 멍완저우는 `중국의 이건희`로 불리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의 장녀다.

1944년생인 런정페이는 30세의 늦깎이로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시설공병 장교로 근무했다. 1982년 중국군 병력감축이 시작되자 그는 불과 5명의 동업자와 360만원(한화 기준)의 자본금으로 `화웨이`란 통신장비 중개업을 차렸다. 화웨이의 글로벌 매출액은 작년 기준으로 6036위안(약 100조원)에 이른다, 2020년까지 매출 1조 위안(163조원)을 달성할 기세다.

화웨이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22%인 세계 1위의 통신장비 기업이다. 그 뒤를 핀란드의 노키아(13%), 스웨덴의 에릭슨(11%), 중국의 ZTE(10%) 등이 따른다. 또한 2018년 8월 화웨이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삼성 20.4%, 화웨이 15.5%, 애플 11.8%, 샤오미 9.1% 순이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제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화웨이의 급성장 배경을 의심하는 미국 정부와 의회는 화웨이를 중국 정부가 사실상의 소유주로 되어 있는 `위장기업`이자 중국의 `첩보기관`으로 간주한다.

멍완저우가 체포된 표면적 사유는 `對이란 제재조치 위반`이다. 미국 상무부는 ZTE 사건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화웨이의 수상한 흔적을 발견했다. 이 사건에서 미국은 2010년부터 6년간 미국 정부의 제재방침을 어기고 북한 및 이란과 거래한 혐의로, ZTE에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7년간 금지시키는 제재를 가했다. 퀄컴이나 인텔 같은 기업에서 반도체 수입이 중단된 ZTE는 파산위기에 몰렸다. 그러자 ZTE는 10억달러의 벌금, 경영진 교체, 미국인으로 구성된 준법팀 구성 등의 굴욕적인 조건을 수용하고 나서야 겨우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2012년 상무부가 임명한 HSBC 은행의 내부 감시인은 ZTE 내부문건에서 ZTE가 `화웨이`를 `F7`로 부르고, `F7`이 이란과 거래한 흔적을 포착했다. HSBC는 화웨이가 HSBC 계좌를 통해 돈세탁 등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증거를 잡아 뉴욕 동부지구 연방검사에 이를 제보했고, 뉴욕 검찰이 캐나다에 연락하여, 캐나다 경찰이 뱅쿠버 공항에서 멍완저우를 체포한 것이다. 12월 12일, 멍완저우는 750만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일단 풀려났다.

멍완저우 체포의 실질적 이유는 중국 IT 굴기의 차단이다. 화웨이 같은 중국 IT기업들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견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 미 의회 보고서는 화웨이와 ZTE가 간첩행위와 해킹 등으로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적시했다. 또한 `국방수권법안`에는 "중국이 소유·통제하거나 그런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의 통신장비와 서비스에 대한 미 행정기관들의 조달 및 계약을 금지"시키는 조항이 포함되었다. 2018년 2월에는 CIA(중앙정보국)와 FBI(연방수사국)를 비롯한 등 6개 정보기관들이 합동으로 미국 국민들에게 화웨이 스마트폰과 ZTE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도록 강력히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장비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 같은 우방국들에게 이 장비가 초래할 수 있는 사이버 보안 위협을 경고했다. 이에 호응하여 일본은 화웨이를 5G 통신장비에서 배제하고, 영국 브리티시텔레콤도 화웨이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도 잇따라 `화웨이 배제`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의 LG 유플러스는 화웨이와 3천억원 규모의 거래에 합의했다.

이처럼 화웨이 같은 중국 IT업체에 드러내는 미국의 알레르기 반응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이 핵심인 5G 경쟁에서 중국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미국은 중국이 5G 상용화에서 선두로 나선 이유를 `강력한 정부주도 정책`으로 판단한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5G의 세계표준을 결코 중국에 넘기지 않으려 한다. 화웨이 사건은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패권을 둘러싼 투쟁, 즉 `기술냉전`으로 비화되었음을 알리는 `최초의 총성`이다. 화웨이의 타격은 우리 반도체 기업에게 절호의 기회다. 반면, 미국이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화웨이와의 거래는 기술냉전 시대에서 새로운 리스크가 된 것이다. 2019년은 벽두부터 이 문제에서 우리의 전략적 선택과 관련된 깊은 고민으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송승종 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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