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상태에서 비행기를 운항하려던 조종사가 청주국제공항에서 적발되는 아찔한 일이 벌어졌다. 진에어 소속의 부기장인 이 조종사는 지난 14일 비행 직전 실시한 음주단속에 걸려 최근 자격정지 90일 처분을 받았다. 단속이 없었다면 오전 7시 25분 출발하는 제주행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음주 비행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판단력도, 대응력도 떨어지는 음주 조종사에게 승객의 안전을 맡길 판이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조종사 음주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김해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가려던 아시아나항공의 기장이 국토해양부 소속 운항감독관의 불시 음주측정에 적발됐다. 지난해 10월에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는 등 잊을 만하면 조종사 음주가 터져 나오곤 했다. 수백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조종사가 음주 운항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건 불문가지다. 종사자들의 경각심과 더불어 관리를 강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하겠다.

이른바 윤창호법에서 보듯 음주 운전에 철퇴를 가하는 것과 달리 음주 운항은 감독과 단속이 허술하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항공법상 음주 단속 의무조항이 규정돼 있지 않아 약 5%를 대상으로 무작위 음주 측정을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단속을 피해 음주 상태에서 비행기를 운항하는 일이 없지 않다고 누가 보장하겠나. 면허가 정지되는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를 크게 낮추는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탑승 전 음주측정 의무화 방안 도입을 미적댈 이유가 없다. 장거리 해외 노선의 경우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실 수도 있는 만큼 목적지 도착 뒤 음주 측정도 검토해 봄직하다. 적발 시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라 처벌 기준을 세분화하고, 높이는 방향으로 항공법 개정에 나서지않고서는 비슷한 사례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항공사들도 조종사 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자체 불시 음주 단속을 강력하게 전개해 유사 사태를 방지할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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