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후학들이 유가서 구경(九經)중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룬 글은 <주역>을 해설한 십익(十翼)이다. 그 중에 역경 원문을 해설한 단전(彖傳)과 상전(象傳)이 기본이지만, 역학이론은 <계사전>(繫辭傳)을 으뜸으로 친다. 유가의 구경이 모두 공자사상의 연장선상을 벗어나진 않지만, 그중에서 공자가 직접 저술한 것은 이 <계사전>을 능가할 것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그래서 역대로 중국의 유명한 유학자들은 모두가 이 <계사전>을 해석하는 데 평생의 정력을 불태웠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계사전>에는 음양(陰陽)인 건곤(乾坤)강유(剛柔)의 개념과 그 활용을 중심으로 음양(陰陽)과 선(善), 성덕대업(盛德大業)과 숭덕광업(崇德廣業), 개물성무(開物成務), 무사무위(無思無爲), 적연부동(寂然不動), 도(道)와 기(器), 태극(太極)과 사상(四象) 등등 중국 유학에 등장하는 중요한 단어들을 총 망라하고 있다. 즉 이 글은 원래는 역리의 천착과 역점의 활용을 강조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런 글 속에 공자의 세계관과 인생관이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다는 점에서 유교경전의 핵심으로 존중되어 왔었다.

예컨대 도(道)에 대한 설명으로 "일음(一陰)일양(一陽)을 도(道)라고 부르고, 이것을 계승하는 것이 선(善)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양인 건(乾)은 이지(易知)하고 음인 곤(坤)은 간능(簡能)하니 대시(大始)로 시작하여 성물(成物)로 크고 작은 사업을 잘 완성하는 것이 곧 양음이 짝을 맞추어 음양의 이치를 제대로 계승하는 것이다. 이것을 선(善)이라고 하였다. 맹자(孟子)가 이 글을 근거로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한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 또 역점(易占)의 활용에 대한 내용도 언급하고 있다. "역은 성인(聖人)이 덕(德)을 높이고 업(業)을 넓히는 것이다"라고 하니 여기서 덕은 백성들의 능력이고, 업은 백성들의 직업이다. 백성들에게 업무지시와 능력과 교육하여 생계를 이어갈 일자리를 확보시켜 주는 것이 역점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역점(易占)은 개물(開物)하고 성무(成務)하는 것이다"라는 구절도 같은 뜻인데, 개물(開物)은 각자가 적성에 맞는 직업에 종사하도록 업종을 개발함이고 성무(成務)는 해당 사업의 성부를 미리 알아서 성공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군자는 역점을 활용하여 백성들이 하는 일마다 성공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가 역리에 몰두한 이유는 역점으로 백성들의 복리를 도우려는데 있었다는 이야기다.

또 역점이 적중하는 이유를 설명한 글도 있다. "역(易)은 무사(無思)고 무위(無爲)하여 적연(寂然)하니 부동(不動)이다. 그러므로 감응(感應)하면 마침내 천하의 까닭을 통달한다"고 설명하는데, 즉 무사(無思)무위(無爲)가 바탕이기 때문에 감응하면 적중(的中)한다는 이야기다. 잘 알려진 "역(易)에는 태극(太極)이 있고, 이것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가 사상(四象)을 낳고, 사상이 팔괘(八卦)를 낳는다"는 구절은, 주역은 2진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백서주역>에도 이 <계사전>의 내용이 거의 다 포함되어 있는데 통행본보다 효사를 풀이한 글이 더 많은 것이 특색이다.

우선 팔괘의 명칭부터 다르다. 그리고 64괘의 배열순서도 특이하다. 통행본은 착종(錯綜)으로 배열하는데, 건곤(乾坤) 다음에 준몽(屯蒙)으로 이어지는 배열순서에 대해서는 <서괘전>에서 나름대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백서>는 그 순서가 판이하다. 그렇게 배열한 이론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어서, 그 근거를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효사에도 통행본과 다른 내용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황정원(한국해양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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