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인류 역사상 손에 꼽을 걸작으로 불리는 단테 신곡.

신곡은 1307년경부터 쓰기 시작해 단테가 생을 마감하던 1321년에 완성된 장시(長詩)로, 밀턴의 실낙원, 버니언의 `천로역정`과 더불어 제 1급에 속하는 그리스도교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 3부로 이뤄진 원작 신곡은 제대로 읽고 소화해 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우선 전문 1만 3000여 행에 이르는 시구 가운데 나오는 고유명사만 1300개 이상이 된다. 또 신학, 철학, 신화, 우주관, 인간학, 자연학, 심리학, 신비설에 당시 중요한 역사적 사실까지 파악하려면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방대하고 난해한 단테 신곡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책이 출간됐다.

충남 부여 출신인 이선종 편역자는 당대의 화가들이 그린 수려한 명화에 텍스트를 곁들여 단테 신곡을 한권으로 압축했다.

책은 지옥편부터 시작해 연옥편을 지나 천국편으로 끝맺는다. 죽은 자들이 가는 사후 세계를 단테가 여행하듯 각각의 장소에서 만나는 영혼과 보는 상황들을 흥미롭게 담고 있다.

지옥부터 시작되는 단테의 여정에는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철학자, 그리스 로마신화 속 캐릭터부터 성경 속 인물까지 미처 소화하기 버거울 정도다. 이를 텍스트로만 읽었다면 도중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겠지만 이 책은 매 페이지마다 시각적으로 등장인물들을 확인시켜 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다.

특히 지옥과 연옥, 천국의 과정을 한 호흡으로 읽다보면 천국과 지옥의 이야기가 이닌 이땅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생애를 보는 것만 벅찬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미켈라젤로는 단테를 일컬어 "지구 위를 걸었던 사람 중에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고 극찬했고, 괴테를 단테의 신곡을 "인간이 만든 것 중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신곡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스콜라 철학 등 폭넓은 내용은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르네상스 문화의 선구적 요소라 할 수 있는 낭만주의와 인간적 신뢰, 사랑을 바탕으로 한 이지적인 비판의식 등이 나타나 있다. 또 단테 자신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곡`은 현실 세계의 사물을 빌려 하느님의 존엄과 심판, 사랑과 구원의 진리를 투영하고 있다. 특히 알레고리로써 현세의 인간들에게 하느님에게로 이르는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선종 편역자는 "신곡은 윤리의 필요성, 선과 악의 개념, 신앙, 사랑 등의 내용을 총 망라하고 있다"며 "이 책은 인간의 가치를 잊고 사는 우리에게 어느것이 참다운 길인가를 제시해주는 사랑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선종 지음/미래 타임즈/500쪽/1만9800원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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