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부모교육을 하면서 "어떤 부모가 되고 싶으셨나요"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한다. 지난 주 늦은 밤, 00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아버지의 역할과 자세`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면서 던진 이 질문에 "글쎄요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냥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겼고,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죠" ,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제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합니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어서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었죠. 양가 부모님들의 성화에 아이를 낳고, 이제서 아버지의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물론 어머니들이 하는 대답도 이와 비슷하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남녀 차별하지 않고 딸을 키울 겁니다"등등이지만 질문에 대한 보편적인 대답은 "정말 좋은 부모가 되고 싶지만, 어렵다." 이다.

우리가 결혼을 하면서 얻게 되는 새로운 사회적 역할은 배우자이지만,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부모라는 또 다른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부여된다. 그 순간 우리는 정신을 잃고 부모의 역할에 몰두한다. 그래서 기러기 아빠, 헬리콥터 부모 등의 시리즈를 통해 역할 균형을 잃어버린 부모들의 모습이 회자되고는 한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성공적으로 자녀를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 중 비극의 주인공은 영재네 가족이다. 영재엄마는 빈틈없는 완벽한 계획과 조력으로 외아들을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켜 3대 째 의사가문의 위업을 달성해낸다. 영재 아빠는 "이상하지 내가 서울대 합격했을 때보다 천만 배는 더 좋아. 아들아 아빠는 다시 태어나도 니 엄마랑 결혼할거야. 널 낳아줬잖아 내 잘난 아들 박영재를" 라고 하면서 아들의 대학합격을 기뻐한다.

이러한 영재의 대학입시 성공의 이면에는 아동학대 수준의 학업에 대한 압력과 부모의 기대를 힘들어하던 영재에게 "부모의 뜻대로 원하는 대로 순종하면서 살다가 부모가 가장 행복할 순간에 산산 조각 내 버리는거야. 그게 진짜 복수니까..."라면서 잔혹하고 파괴적으로 영재의 학습동기를 강화한 서울대 의대 100% 합격률을 자랑하는 최고의 입시코디 김주영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정신과의사이자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Freud)는 말한다. 부모는 자신들이 포기했던 꿈을 투영하면서 아이에게 더할 나위없는 완벽성을 부여함으로써 그들의 나르시시즘을 `재현`시키고자 한다. 부모가 이루지 못했던 `욕망의 꿈`을 성취하려는 `아기를 향한 부모의 사랑, 그것은 다시 태어난 부모들의 나르시시즘`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스카이캐슬에서 박영재는 그토록 부모가 갈망했던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후 사라진다. 그는 섬마을로 자신을 찾아온 엄마에게 "당신들과 살던 그 시간들이 지옥이었다. 복수하려고 19년 동안 공부해줬다. 그러면 되지 않느냐. 이젠 나 하고 싶은 대로 살거다. 의대는 당신들 꿈이었지 내 꿈은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자녀에게 더할 나위없는 완벽성을 부여하고, 그들의 나르시시즘을 `재현`시키고자 했던 부모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서투르게 자기의 욕망을 찾고자 시도하지만, 결국 엄마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겪게 된다. 부모로서의 자아정체감을 형성하지 못했기에 `좋은 부모`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헬리콥터형 부모가 되어서 자녀의 자율성을 침범하고 심지어 학대하는 경우가 드라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에는 `컬링세대`라는 표현이 있다. 완벽한 부모의 보호 속에 자라난 아이들을 일컫는 말로, 아무런 마찰 없이 앞으로 미끄러져 나갈 수 있도록 부모들이 길을 닦아주는 모습이 스포츠 종목의 하나인 컬링과 같다고 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이 역시 자녀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모의 양육 방식이다.

자녀 양육이란 모든 부모에게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 자녀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스스로 배우고 독립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펜실베니아 의과 대학의 소아과 의사인 케네스 긴스버그 박사는 부모의 역할을 바닷가에 우뚝 서있는 등대에 비유했다.

등대 같은 부모는 해안선의 안정된 신호등인 등대처럼 역할 모델이 되어서, 암석을 내려다보면서 자녀가 암석에 충돌하지 않도록, 또 바닷물을 살펴보면서 아이가 제대로 파도를 타도록 준비시키는 역할을 강조하면서 무엇보다도 자녀의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신뢰해야 하는 양육 태도를 가진 부모를 말한다.

최근 학교 폭력 예방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회복적 생활교육에서도 부모·자녀의 관계에 대한 상호 존중과 책임감을 강조한다. 올바른 자녀 양육은 지나친 과보호나 방임 혹은 학대적인 훈육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를 존중하면서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호 존중을 실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찌 보면 존중의 시작은 대화이다. 오늘 잠시라도 자녀들과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이들의 사소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좋은 부모가 되는 첫 번째 방법이며, 자기결정권에 의한 선택과, 그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경험할 기회를 주는 것이 또 하나의 방법임을 기억하자.

류권옥 세종특별자치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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