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는 맛집을 가더라도 물건을 사더라도 대부분 검색부터 시작한다. 위치와 맛, 평점이나 후기 등과 함께 가격도 찾아보아 어디를 방문할지 그 물건을 사야할지 선택하게 된다.

정부의 활동과 다양한 정책들도 모두 비용과 효과가 발생한다. 그 비용은 언뜻 보면 드러나는 정부의 예산서나 결산서상의 수치일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공식적인 문서에는 나타나지 않는 숫자들도 많이 있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의 기여가 일부를 차지하지만 그 이상의 국민이나 민간의 돈이나 노력이 포함되어 효과가 나타나는 정책들도 있으며, 장부상에는 나타나지 않은 개개인이나 사회에 전가된 비용이 있을 수도 있다. OECD 국가들 중 교육지표들과 관련해 한국은 상당히 우수한 실적들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그러한 실적들은 공교육의 성과가 아닌 개인의 비용과 사교육의 성과로도 평가된다.

정책의 효과도 명확한 수치로 나타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작용도 있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들도 있으며, 숫자상 제시되지 않는 사회적 비용으로 실제 효과가 과장되는 경우들도 있다. 더 중요한 공공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도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로 볼 수 있는데, 단지 비용만 절감하려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소방공무원들의 특수방화복이 최저가 낙찰로 인해 품질이 너무 열악한 제품이 선정돼 올해 8월부터 납품과 지급이 중단되고, 우리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공무원들의 안전이 정작 위협받고 있는 것은 비용과 효과를 돈만으로 단편적으로 계산한 결과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다행히도 대체로 정의롭다. 남을 위해서 돈을 쓰더라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또 안전을 위해서라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최근의 여러 가슴 아픈 사건들로 인해 내가 낸 세금이 얼마인데 왜 저런 것을 제대로 검사도 보완도 하지 않아 안타까운 생명들을 또 잃었는가에 대해서 한탄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누구나 돈을 낭비하거나 헛돈을 들이고 싶어 하진 않는다. 물이 새는 것처럼 돈과 세금의 누수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싶어 한다. 농수산물 유통과정에서 가격이 뻥튀기되고 중간의 유통업자가 마진을 가져가는 경우들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처럼, 정책도 좋은 목적에 배정된 세금이 실제 마지막 선까지 가면서 실수요자에게 지급되는 단계에서는 급격히 축소되고 왜곡되는 경우들도 있다. 유치원 급식비 등으로 지원된 돈이 명품백이나 개인적인 임금으로 활용되는 것을 원하는 국민은 없었으며, 정부 예산이 이렇게 허술하게 배정되고 집행되고 감시된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경악했다.

점차로 정부에 대한 수요가 증대하고 이전에 개인이나 가정이 하던 역할들이 정부의 역할로 변하여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책이 증가하고 세금이 증가할수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최후의 수요자 위주로 정책을 선정하여 집행의 전달체계를 효율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에 국민들이 다양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것처럼, 정책의 경우에도 국민들은 그 비용과 효과를 알고 싶어 하고, 구체적으로는 개개인이나 본인에게 소요될 예측 비용과 그 정책이 가져올 혜택과 효과를 알고 싶어 한다.

무엇을 어디까지 비용과 효과의 개념에 포함시켜 정의하고 계산해야 할지에 따라 정책의 비용과 효과의 셈법은 달라진다. 모든 정책은 비용과 효과가 있지만 이를 측정하고 계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정책은 그 비용을 지불하는 대상과 혜택을 받는 대상이 소수일 때도 있지만 전 국민일 때도 있고, 비용을 지불하는 집단과 혜택을 받는 집단이 다른 경우들도 있다. 연말에는 다양한 법령이 국회를 통과한다. 향후 여러 정책 대안을 제시할 경우 혹은 법령 발의 시 국민들이 보다 더 그 정책의 비용과 효과를 잘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제는 국민들이 정책의 가성비도 검토해보고자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황혜신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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