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 익숙함을 신기함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

우리나라 과학 교육의 첫 번째 목표는 학생들이 자연 현상에 호기심과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제 풀이 중심의 학습 환경에서 호기심은 교사와 학생들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있다. 지식 중심의 문제 풀이 학습으로는 다가오는 특이점의 시대를 대비할 수 없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말하는 비결은 한결 같다. 호기심! 호기심을 따라 연구하면 노벨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단다. 호기심은 단지 노벨상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에 호기심을 느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줘보라.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순식간에 사용법을 익힌다. 호기심은 배움의 원동력이자 창의성을 키우는 학습의 비결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제부터 호기심이 가진 매력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호기심은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게 만든다. 시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아이를 상상해보자. 시계의 원리에 호기심을 느낀 아이가 시계를 분해할 수 있는 것은 부모님께 혼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없기 때문이다. 돈이 안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학적 연구도 호기심이 강한 과학자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한결 같은 비결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호기심이다.

둘째, 호기심은 몰입하게 만든다. 줄지어 이동하는 개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를 상상해보자. 잠시 후 쪼그리고 앉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개미들을 관찰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지식들을 습득하는 즐거움에 빠져 자기도 모르게 몰입해 버린다. 몰입은 학습의 깊이와 질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순식간에 배울 수 있는 것도 몰입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셋째, 호기심은 궁금한 것을 스스로 깨우치게 만든다. 어린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에 대해 호기심을 느꼈고 결국 이를 성인이 돼 해결해냈다. 강한 호기심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과제에 집착하게 만듦으로써 앎의 경지에 도달하게 해준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도 강한 호기심 덕분이었다. 호기심이 강할수록 사람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마력들을 가진 호기심은 어떻게 키워야할까? 이를 위해서는 호기심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호기심(好奇心)이라는 단어를 풀어 보면 `신기한 현상을 좋아하는 마음`이다. 호기심은 본능으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호기심을 키우는 방법이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신기함과의 접촉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줄지어 지나가는 개미도, 시계도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보면 익숙해지면서 신기하게 보이지 않는다.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도 너무 익숙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런 일상적 현상조차도 신기하게 다가온다. 아니, 누구나 가끔은 이러한 것들을 신기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풀이를 위해 신기한 현상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져버리지 말자.

둘째, 다양하고 깊이 있는 호기심을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호기심에 의해 책을 읽는 순간도 있지만 게임에 호기심을 느끼는 순간도 있다. 호기심이 가진 마력으로 인해 호기심의 대상에 쉽게 몰입하거나 중독된다. 다만 지나친 게임과 무한 인터넷 서핑 등은 오히려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때로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호기심을 찾아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셋째, 호기심을 통해 얻은 지식과 노하우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보자. 나의 노력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힘을 얻고 성취감은 배가 된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주지 않아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호기심을 따라 몰입하는 것이 쓸 데 없다고 비춰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적 문제 발견과 해결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호기심이다. 호기심에 빠져 있는 동안 행복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김종헌 대전과학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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