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두뇌는 지식의 억지 주입이 아닌 논리와 신념체계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확신한다. `1등은 당신처럼 공부하지 않았다`의 저자 김도윤 씨는 수능 만점자들의 공통점으로 독서를 꼽는다. 왜 그럴까? 책에는 앞선 사람들의 시행착오를 수정한 논리적 사고체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독서를 간접경험이라 부르는 것은 물리적인 감각경험을 응축한다는 뜻도 있지만 논리적인 사고체계의 형성에 용이하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어떤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우리 애는 그림동화를 너무 안 읽어 걱정이야"라는 말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초6만 되면 정반대 상황이 된다. 외형적으로는 활자가 작아지고 삽화도 없어지고 내용도 복잡해진 책들이 필독서라는 명분으로 우리 아이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의 눈이 아닌 키 작은 우리 아이의 눈높이에서는 이 문턱이 꽤 높을 수 있다. 이 시기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독서량은 줄어들어 오늘날 대한민국의 실질 문맹률 75%라는 오명을 낳았다. 이 지표는 OECD에서 실행한 `국제 성인문해력 조사` 결과이다.

우리나라가 문맹률은 낮은데 문해력이 떨어진다니? 앞뒤가 안 맞는 말 같지만 이것이 우리 교육현실의 모순된 두 얼굴이다. 또한 겉으로만 화려하게 보여주길 좋아하고 안으로는 내실을 기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들의 오명이다. 그들이 강조한 교육은 글을 읽기만 하지 의미는 이해하지 못하고, 보여주기만 좋아하지 생각하지는 못하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으로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입시교육은 공정성이라는 미명아래 본질적인 독서를 유도하는 과목들의 영향력과 범위를 축소하고 평가방식도 단순화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교육현장에서 독서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학생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 올해의 불수능의 원인도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글을 읽는데 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까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글의 의미는 표면적 의미맥락을 풀어야 내포적 의미맥락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 표면적 의미맥락은 사실적 읽기를 말하는데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겉으로 드러나는 의미를 추출해 기본적 의미를 판독하는 과정을 거쳐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가 있다. 이 과정이 초등학교시기부터 몸에 익숙해져 체화돼야 가독성이 높아지고 독서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아이들의 독서경험이 초중시기 문학적인 독서수준에 머무르고 마는 것은 정독(精讀)능력을 정확히 진단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의 부족도 원인이지만 정독능력을 가르치지 못하는 교육방식의 한계가 더 큰 문제이다. 구체적인 교육방식의 부재와 평가시스템의 한계는 문학 위주의 편식을 방치하고 비문학서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론 초등시기부터 올바른 정독교육부터 진행해야 한다. 문학서와 비문학서의 균형 있는 독서를 권장하고 체계적인 어휘학습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우리말은 고유어와 한자어, 외래어라는 복합성으로 인해 학생들의 어휘추론 능력을 다양화해야 독해의 오류를 미연에 방지할 수가 있다. 그리고 우리말 문장의 논리구조를 구체화해 상향식, 하향식 독서방식을 교육 현장에서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방법론의 연구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독서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어휘추론 능력, 문장구조와 문단구조의 재구성 능력, 글 전체의 주제 일반화 능력 등을 관찰하고 평가해 아이의 수준에 맞는 독서지문을 제공하고, 흥미와 관심을 촉발시켜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최강 미담국어논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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