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외

△마약왕

마약왕은 1970년대 하급밀수업자이던 이두삼(송강호 분)이 필로폰을 제조, 일본에 수출해 마약업계 거물이 됐다가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1972년부터 1979년까지 박정희 정권 시대 부산이 배경이다. 영화 속 이두삼은 1980년 부산에서 붙잡힌 마약업자 `이황순 사건`을 재 가공해 탄생한 인물이다. 당시 이황순은 집에 공장을 차려놓고 직접 필로폰을 제조하다 경찰과 총격전 끝에 검거되는 등 큰 충격을 안겼던 사건이다.

송강호는 소시민으로 대표되던 역할에서 벗어나 `연기의 신` 다운 연기를 뽐낸다. `애국이 별게 아니다. 일본에 뽕 팔믄 그게 바로 애국인기라`라고 외치는 모습은 넘버 3때 송강호와 오버랩된다.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답게 약물과 폭력 묘사 수위는 높은 편이지만, 한 인간의 흥망성쇠와 폭넓은 감정의 진폭을 보여준다. 이두삼의 인생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도 겹쳐져 보인다. 다만 송강호를 위한 영화답게 조정석, 배두나, 조우진, 김소진, 김대명 등 쟁쟁한 배우들의 역할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영화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 신작으로, 총제작비만 165억원이 투입됐다.

△스윙키즈

1951년 한국전쟁,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 새로 부임해 온 소장은 수용소의 대외적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전쟁 포로들로 댄스단을 결성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수용소 내 최고 트러블메이커 `로기수`(도경수), 무려 4개 국어가 가능한 무허가 통역사 `양판래`(박혜수), 잃어버린 아내를 찾기 위해 유명해져야 하는 사랑꾼 `강병삼`(오정세), 반전 댄스실력 갖춘 영양실조 춤꾼 `샤오팡`(김민호), 그리고 이들의 리더, 전직 브로드웨이 탭댄서 `잭슨`(자레드 그라임스)까지. 우여곡절 끝에 한 자리에 모인 그들의 이름은 `스윙키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춤을 추게 된 그들에게 첫 데뷔 무대가 다가오지만, 국적, 언어, 이념, 춤 실력, 모든 것이 다른 오합지졸 댄스단의 앞날은 캄캄하기만 하다. 영화는 한국전쟁이라는 가장 슬픈 역사와 춤이라는 가장 신나는 소재가 만나 이질적일 수 있는 조합을 감동과 재미로 풀어낸다. 특히 강형철 감독의 영화 `과속스캔들`부터 인연을 이어온 김준석 음악감독은 `스윙키즈`에 1950년대 스윙 음악이 지니는 고유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재즈 밴드를 섭외해 녹음을 진행하며 공을 들였다. 배우들의 섬세한 캐릭터 분석과 강형철 감독의 감각적 연출이 더해져 한국영화에서 쉽게 시도된 바 없었던 음악과 춤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구성해 색다른 흥미를 배가시킨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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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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