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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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대전시 서구 탄방동 주거지에 차를 주차해놓은 A씨(37)는 누군가 자신의 차를 긁고 도주한 `주차뺑소니`를 당했다. 그는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로 가해차량이 자신의 차를 긁고 지나가는 장면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차량 운전자(B씨)를 처벌받게 할 수 없었다. 가해 차주의 고의성이 인정되려면 사고 당시 B씨가 `멈칫`하거나 차량 밖으로 나와 사고 사실을 확인했어야 했다. 그런데 B씨가 이를 확인하지 않았고 경찰조사에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억울하지만 가해 운전자와 보험처리로 사고를 마무리해야 했다.

주차된 차량을 친 뒤 그대로 도주하는 주차뺑소니가 빈발하고 있지만 관련법에 허점이 많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대전에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집계된 주정차 뺑소니 교통사고는 7513건으로 매달 수백 건씩 발생하고 있다.

주차뺑소니 사고가 기승을 부리자 지난해 6월 도로에서 주정차된 차에 사고를 낼 경우 연락처를 남겨야 하는 의무를 추가하고, 지키지 않고 도주했을 경우 사고 후 미조치로 처벌받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를 지키지 않은 운전자는 `인적 사항 제공 의무 위반`에 따라 20만 원 이하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같은 해 10월에는 도로가 아닌 곳까지도 처벌대상에 포함시켜 도로교통법이 강화됐지만 악용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도 적지않다.

경찰은 주차뺑소니 사고 신고가 접수되면 주변 CCTV나 블랙박스를 통해 가해차량 운전자가 사고를 인지했는지부터 따진다. 별다른 조치 없이 사고현장을 떠났다고 판단되면 범칙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하지만 가해차량 운전자가 사고 여부를 알지 못했다고 발뺌할 경우 범칙금이나 벌점을 부과하기 어려워 주차뺑소니가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또 문으로 옆 차를 흠집 내는 이른바 `문콕` 행위도 범칙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해당 법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주차뺑소니는 예전부터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지만 가해자의 고의성 입증 여부가 쉽지 않아 처벌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윤창호 법 사례처럼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국민적 공감대가 생긴 뒤 법률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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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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