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권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종합병원 중 잠수병과 일산화탄소 중독 등의 치료를 위한 고압산소치료기를 보유한 곳이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강릉의 한 펜션에서 발생한 사고와 같이 다수의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나올 경우 타 지역 이송 등 의료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지역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대전에서 고압산소치료기를 운영하고 있는 종합병원은 건양대병원 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의 경우에는 고압산소치료기를 운영해오다 수리 문제 등으로 2010년 이전 폐기했으며, 건양대병원 이외의 종합병원들은 도입하지 않았다.

MRI, CT 등 다른 의료 장비와 비교해 고압산소치료기 자체가 전국에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전의 경우에는 타 지역보다도 매우 적은 수준이다. 지역별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에 설치된 고압산소치료기 현황을 보면 서울은 8대, 부산 6대, 인천 4대, 대구 2대, 광주 5대 등이다. 대전과 인접한 충남의 경우에는 4대, 충북에는 5대의 고압산소치료기가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건양대병원에 설치된 고압산소치료기도 환자 1명씩만 치료가 가능해 다수의 환자를 치료하기에는 역부족한 상황이다. 반면 2016년 고압산소치료센터를 개설한 홍성의료원의 경우에는 1인용과 8인용 치료기를 보유하고 있어 다수의 환자 치료가 가능하다.

홍성의료원 관계자는 "연탄 사용 감소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크게 감소하기는 했지만 1인용 치료기로 다수의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게다가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고압산소치료기가 잠수병,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화재 시 유독가스로 인한 중증환자 등에게도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필요성은 배가된다. 지난 6월 세종시 한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유독가스를 심하게 들이 마신 일부 부상자는 대전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해당 병원에 고압산소치료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부상자들은 타 지역 의료기관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들은 운영 비용 대비 낮은 수익 등 현실적인 한계를 이유로 고압산소치료기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고압산소치료기가 잠수병 치료를 주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바다와 떨어져 있는 대전에서는 사용 빈도가 매우 낮다"며 "고가의 장비인 만큼 수익이 어느 정도 담보돼야 하지만 낮은 의료 수가 등을 감안하면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8일 강릉의 한 펜션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부상 학생들은 고압산소치료기가 있는 강릉아산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각각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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