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인문학

한정주/다산초당/272쪽/1만6000원

전국 도서관에서 300회 이상 강연되며 1만 명의 수강생으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는 화제의 인문학 강의가 있다.

바로 역사평론가이자 고전연구가 한정주의 `사기` 강의다.

신간 `사기 인문학`은 사기 강의를 엮어낸 책이다. 저자 한정주는 인간사 흥망성쇠의 비밀을 풀어낸 역사서이자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과 삶의 지혜를 담아낸 `사기`의 핵심 메시지를 6가지 주제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사기는 `사성`이라 불리는 역사가 사마천이 쓴 모두 130권 52만 6500자로 이뤄진 역사서다. 일찍이 루쉰은 사기를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문장이라고 말했고, 마오쩌둥은 전쟁터에서도 항상 사기를 들고 다녔다고 한다.

사마천은 책의 집필 목적을 "지난날 일어났던 일들을 되돌아봄으로써 그 시작과 끝을 종합해 흥망성쇠의 이치,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과거와 지금의 변화를 통찰"하려 했다고 밝히고 있다. 세상은 저절로 밝은 것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는 뜻이다. 백이와 숙제, 안연 같은 착한 사람은 지독한 고통을 받고, 도척과 같은 악인이 복을 누린 세상은 결코 정의로운 곳이 아니었다. 사마천 역시 일가족이 몰살당할 위기에 놓인 이릉을 변호하려다 궁형(생식기를 제거하는 형벌)이라는 끔찍한 고통과 치욕을 당했다. 하지만 그는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30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살아간 무수한 이들의 삶을 총망라해 그곳에 담긴 법칙과 비밀을 밝힘으로써 무엇이 정의인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을 찾으려 했다.

저자는 이런 사마천의 정신을 이어받아 인생에서의 성공과 실패, 부와 권력, 인간과 역사의 모든 법칙을 정리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사기열전`의 흥미로운 몇몇 내용을 뽑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역사적 인물과 사건의 의미를 `지금 여기` 우리의 고민에 화답하는 살아 숨쉬는 것으로 되살려냈다는 점이다. `화식열전`에서는 시대를 초월한 부의 법칙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 점점 심화되는 빈부격차 문제를 `기회의 평등`의 측면에서 바라본다. 또 평생 높은 지위와 환경을 추구했던 이사의 몰락 과정을 통해서는 `갑질의 시대`를 반성한다.

이 책은 처음 `사기`를 접하는 사람들도 어려움없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강의 형식으로 풀어냈다. 다양한 인물과 흥미로운 에피소드 중심으로 구성된 강의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어떤 위기가 닥쳐도 자신감 있게 이를 돌파할 지혜와 힘이 생기는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기를 읽은 사람은 절대 적으로 돌리지 말라`는 저자의 말처럼, 2018년을 마감하는 이때 이 책은 새해를 맞는 이들에게 든든한 지적 무기가 돼 줄 것이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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