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수의 전통놀이 돋보기

어렸을 때 소풍을 간다고 하면 창문에 써 붙이는 것이 있었다. "제발 내일 비가 오지 않게 해주세요"

당시 소풍은 멀리가지 않고 학교에서 40-50분 거리의 주변 유원지인데 소풍을 가면 그곳이 중요한 관광지인양 소중한 장소로 느껴진다.

소풍가서 빼먹지 않고 노는 놀이가 바로 `수건돌리기`다. 반별로 둥그렇게 앉아서 옆 사람과 손을 잡은 후 선생님께서 정해주신 노래를 부르면 처음 뽑힌 술래가 뒤로 돌다가 노래가 끝날 무렵 살짝 수건을 뒤에 놓고 안 놓은 척 계속 돈다. 앉아 있는 사람은 의심스러워 손을 뒤로해 만져 보거나 혹은 뒤돌아 봐서 수건이 있으면 벌떡 일어나 쏜살같이 뛰어 수건을 놓고 간 술래를 잡아야 한다. 수건을 놓은 술래는 잡히지 않으려고 재빨리 뛰어 처음 앉았던 자리에 가서 앉으면 술래를 면하게 된다.

술래를 잡지 못한 사람은 술래가 된다. 노래는 계속 되고 등 뒤로 돌다가 다른 아이 등에 몰래 수건을 놓고 뛰기 시작하면 또 수건을 잡은 아이가 쫓아온다.

이 놀이는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술래가 내 등 뒤에 수건을 놓고 갔는지 잘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긴장을 준다.

그러다 선생님께서 `스톱`을 외치면 그때 걸린 술래가 나와 노래를 부르거나 벌칙을 행한다. 그런데 이 놀이는 일본 고등계 형사들이 비밀리에 독립군을 색출하는데 사용했던 놀이다. 밀정을 보내 독립군의 집과 주요 지점을 알리기 위해 약속된 물건을 놓는다든지 아니면 대문에 표시를 해 검거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때로는 독립군이 이를 역이용해 밀정이 설치한 물건을 다른 엉뚱한 곳으로 치우거나 대문 표시를 집집마다 해 혼란을 줬다는 이야기도 있다.

수건돌리기의 역사는 영국에서 시작됐다. 영국에서는 전래동요를 부르며 놀이를 하는데 "애인에게 편지를 썼는데 도중에 떨어 뜨렸다. 그러자 그것을 너희들 중 한 명이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다"라고 노래를 부르며 소녀가 마음에 드는 소년 뒤에 수건을 떨어뜨린다. 그러면 소년은 원의 안팎으로 소녀를 쫓아가서 잡는다. 이 놀이는 영국에서 고대 약탈결혼의 반영이라고 하지만 서양에서는 전래동요에 남녀의 사랑이야기에 들어가는 게 흔한 일이었다.

그런 수건돌리기가 일본을 거쳐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술래를 정해 노는 놀이를 `술래잡기`라고 부른다. 이는 조선시대 `순라꾼`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노는 방법이 여러 가지기 때문에 어떤 놀이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놀이도 있지만 수건돌리기처럼 일본에서 들어온 놀이가 더 많다.

일본에서 술래잡기 놀이를 `오니곡코` 또는 `오니아소비`라고 한다.

하지만 지역이나 놀이방법에 따라 `오니와타시` `쓰카마엔보`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린다. 술래는 일본에서 `오니`라고 부른다.

일본의 술래는 `오니`와 `아이`로 구성돼 오니는 도망 다니는 아이를 쫓아가서 잡는데 추적과 도피가 이 놀이의 중심이다. 오니는 한국말로 귀신과 같은 존재로 인간을 위협하고 생활을 방해하는 큰 적이며 사악한 것이다. 이는 일본에서 옛날부터 전해온 전설속 가상동물에서 유래됐다. 오니를 추방하려는 제사나 행사도 일본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다.

`쓰이나, 오니야라이`라고 하는 행사가 그 전형이며 매년 입춘 전날 콩을 뿌려서 잡귀를 쫓는 행사인 `세쓰분`도 이러한 의식이 어린이들 세계에 전승돼 서양에서 건너온 놀이와 접목해 일본놀이로 변형된 것이다.

서양에서도 악귀를 쫓는 의식에서 발달된 술래잡기 놀이가 있다.

고대신앙에서 유래된 `He`라고 하는 이 놀이는 술래 역할의 악마를 히(彼)라고 부르며 아이들을 쫓는 놀이다. 쫓긴 아이들이 철이나 나무에 손을 대고 있으면 술래는 그 아이를 잡지 못한다. 철은 악령을 막아내고 나무는 기독교에서 십자가를 뜻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망가는 도중에 `평화`라든가, `보리`라고 하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나무에 손을 대면 잡히지 않는 `나무잡기술래`와 철강물에 손을 대면 잡히지 않는 `금속잡기술래`가 있다. 그리고 높은데 올라가면 잡히지 않는 `올라가기 술래` 등 다양한 방법과 규칙을 만들어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 휴식을 청할 때는 `담마`라고 하는 것이 보통이고 `담코`, `다임`, `쥬키`라고도 한다. 이때 술래는 약속된 수를 세서 휴식을 해제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타임`이라 하고 논다.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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