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의과학산책 저자
임현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의과학산책 저자
필자는 매일 500명의 독자에게 명화읽기, 일명 <무시기: 무작정 시작한 그림 이야기>를 보내고 있다. 작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50명의 유명 화가를 선정하여 주 5일 동안 한 화가가 그린 유명한 그림들에 대한 사연, 화풍, 스승, 그들의 사랑을 정리하여 독자들과 나누었다. 1년이 되자 많은 독자들이 한 번 더 복습하자는 요청이 많아서 복습을 하고 있다. 이번 달로 절반 조금 넘게 다시 복습하고 있다.

12월에는 <무시기>에서도 2주간 성탄특집으로 작가를 선정했다. 이번 주는 노먼 록웰(Norman Rockwell), 다음 주는 모지스 할머니다(Grandma Moses). 노먼 록웰은 1894년에 태어나 1978년에 작고한 가장 미국스러운 화가이다. 주로 잡지 표지를 그렸기 때문에 일러스트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40-50대가 많이 본 크리스마스카드의 산타클로스의 얼굴은 모두 그가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먼 록웰"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이미지 서치를 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림마다 위트가 넘친다. 예를 들면 <으악~ 산타가 엄마랑 뽀뽀를 하는 것을 보았어~> 라는 그림은 마이클 잭슨이 어려서 노래까지 만든 재미난 주제이다(Mommy Kissing Santa Claus).

필자가 매일 아침 글과 그림을 보내면 필자의 스마트폰에는 답글이 올라오는데, 얼마나 독자들의 마음에 그림이 와 닿는가에 따라서 답글의 개수가 달라진다. 모지스 할머니는 <무시기>에서 언급했던 50명의 화가들 중에서 가장 많은 답글을 받았던 화가이다.

모지스 할머니의 75세까지 삶은 그저 평범했다. 뉴욕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농장에서 가정부로 일하다가 27살에 남편 토마스 모지스와 결혼했다. 무려 10명의 자녀를 낳았다. 75세가 되면서부터는 관절염이 심해져 바느질을 전혀 못하게 되었단다. 많이 상심했다. 보다 못한 딸이 심심풀이로 그림을 그리도록 화구를 사드렸다.

모지스 할머니는 102세에 작고하였다. 늦게 시작하여 무려 27년 동안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인생이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인 75세에 시작한 그림이었고, 화실은 문턱도 가 본적이 없었다. 그냥 혼자서 느낀 대로 그린 것이었다. 몇 점이나 남겼을까? 무려 1600점이다. 가장 유명해진 작품은 160만 불이라고 한다. 약 17억 원이다. <슈가링 오프>라고 하는 작품으로, 마을에서 단풍나무 수액으로 시럽을 만드는 장면이다.

우리나라 정규 교육을 받은 화가들 중에서 작품 한 점이 1억 원을 넘는 화가가 몇 명이나 될까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늘도 열심히 창작하는 화가들에게 실례가 될 듯하다. 그만큼 그림 작품이 고가로 되는 경우는 드물다.

작품이 비싼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림을 걸어둔 식료품점에서 우연히 한 갤러리 관장이 보게 되었고, 그 순수성이 인정받았다. 이로부터 모지스 할머니는 뉴욕 뿐 아니라 일본, 유럽까지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1939년 이후 유럽에서 15회나 개인전을 열었다. 뉴욕 주지사는 할머니 100세가 되는 생일에 <모지스 할머니의 날> 선포식을 했다. 100세가 넘어서도 25점이나 그림을 그렸다니 할머니는 정말 대단했다.

그런데 모지스 할머니만 나이 들어서 활발한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로빈슨 크루소>는 대니얼 디포가 60살에 완성한 소설이다. 독일의 대 문호 괴테는 <파우스트>를 80세에 완성했다. 슈바이처도 89세까지 아프리카에서 일했다.

한해가 또 저물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 나이 먹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이 먹은 값을 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단다. 입은 닫고, 귀는 열고, 주머니는 많이 열고 ... 그러면 인기 백점이란다. 그리고 오늘부터 뭔가 하나 시작하는 것이다. 모지스 할머니를 알게 되고도 나이 타령한다면 정말 아니, 아니 될 일이다. 참고로 <무시기>를 받기 원하는 독자는 limbearo@naver.com으로 메일을 보내시면 된다.

임현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의과학산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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