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간판.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간판. [연합뉴스]
중앙정부의 권한이 본격적으로 지방으로 이양된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국가운영 체제는 그동안 사람과 자본, 정보를 독점하는 행태를 보여와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월 30일 제6회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1988년 제정 이후 30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전면개정된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의 구성과 설치, 그리고 기능과 역할을 규정하고 국가와의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지방자치의 골격을 만드는 기본법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2할 자치`로 불려왔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8할에 버금가는 국가의 권한과 재정을 중앙정부에서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2할에 불과한 자치의 영역에서 주민을 위한 맞춤형 정책과 서비스 제공, 창의와 다양성에 기반을 둔 지역간 차별화된 경쟁은 요원할 수밖에 없었다.

중앙집권적 시스템의 폐해를 끊임없이 봐왔다. 세월호 참사, AI 확산, 메르스 사태, 최순실 게이트 등 모든 것이 권력이 중앙에 집중돼 있어 빚어진 일들이다. 대책 없는 청년 및 노인 실업, 결혼율 급감, 저출산·고령화 확대, 가정 붕괴로 인한 1인 가구 확대, 과도한 사교육으로 인한 공교육 붕괴, 정규직·비정규직 양극화 등 국민의 삶의 질 하락 요인도 정상 가동이 어려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적 국가 운영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연방제에 버금가는 자치분권 국가` 달성을 그 핵심과제로 설정했다. 이는 기존의 중앙집권적 국가운영체제를 벗어나 지방의 창의와 다양성을 중시하는 자치분권형 국가로 새롭게 나아간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자치분권이라는 새로운 국정운영 패러다임으로의 획기적 전환을 제도로서 담아낸 것이 바로 이번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중앙과 지방간 합리적 권한 배분을 위한 제도적 정비이다. 권한의 배분은 행정체제를 형성하는 시발점이 된다.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은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정책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국민들은 권한 행사의 주체에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되며, 해당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국가의 재정이 배분되는 것이다. 이처럼 권한의 배분은 행정의 주체, 책임의 소재, 예산배분의 기준점이 된다는 측면에서 자치분권을 위한 제도개혁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 이번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중앙 지방간 합리적 권한배분의 원칙을 신설했다. 시·군·구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우선적으로 기초단체에 배분해야 하고, 처리할 수 없는 경우에만 광역단체에게, 시·도가 처리할 수 없는 경우에만 국가에게 권한과 일을 배분해야한다는 보충성의 원칙을 규정했다.

아울러 이러한 원칙들을 규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당 원칙들이 법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도록 `자치분권 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중앙부처가 법령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경우 해당 원칙들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사전에 살펴보고, 그렇지 못하였을 경우 개선방안을 제시해 원칙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이다. 법률안을 만드는 중앙부처와 행정안전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함께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중앙 지방간 합리적 권한배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법을 전면 바꾼다고 해서 이것이 곧바로 자치분권의 새로운 시대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제도와 틀 속에 어떤 것들을 담아낼 지는 앞으로의 노력에 달린 것이다. 새로 만들어진 제도를 통해 향후 지방에서 수행이 필요한 더 많은 권한들을 발굴해 넘겨주고,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권한을 행사한다면 주민도 살리고 지역도 살리는 새로운 자치분권 국가거 머지않아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치분권 전문가들은 "만일 과거와 같이 여전히 중앙부처가 권한을 갖고 있었다면, 시민들은 지역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버스를 대절해 서울과 세종을 전전하였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중앙부처를 쫓아다니며 읍소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을 것"이라며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은 주민에 가까운 지방자치단체가 권한을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빠르고 정확하게 주민의 삶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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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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