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건물을 매각하려던 A씨는 너무 낮은 계약금을 걸고 계약을 진행하다, 파기돼 계약금보다 더 높은 중개보수료를 지급할 처지에 놓였다.

A씨는 지난해 9월 28일 자신의 건물을 팔기로 하고 계약을 진행했다. 매매대금은 42억 원으로 계약금은 2000만 원으로 했다. 다만 중도금 3억 8000만 원은 계약 체결 약 3주 뒤인 10월 20일 지급하기로 했고, 잔금은 중도금 지급일로부터 한 달 뒤에 교부하기로 했다. 하지만 계약은 계약금을 지급한 뒤 매수인과 매도인의 분쟁으로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파기됐다.

문제는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중개보수료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중개보수는 건물 매매대금은 0.9%인 4158만 원(부가세 포함)이다. A씨는 계약금을 2000만 원 밖에 걸지 않았고, 매매가 성사되지 않은 만큼 중개보수를 모두 지급할 수 없다고 맞섰고, 공인중개사는 소송을 진행했다. 소송결과는 공인중개사의 일부 승소였다.

대전지법 민사 12단독 맹현무 판사는 A씨는 원고에게 3326만 4000원과 지난 3월 3일부터 지난 6일까지는 연 5%, 이후는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맹 판사는 "매매계약에 정한 내용에 따라 A씨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원고에게 중개보수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다만 사건 매매계약을 경우 계약금이 지나치게 소액인 점 등을 고려해 중개보수액을 80%로 감액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의 판결에 A씨는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공인중개사는 계약 체결시키기 위해 너무 낮은 계약금임에도 문제점을 제대로 말해주지 않고, 계약을 종용했다"며 "공인중개사라면 계약을 말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항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법 전문가는 "공인중개사의 고의 또는 과실 없이 무효, 취소 또는 해제 돼도 원칙적으로 중개보수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계약금보다 많은 중개보수를 지급하라는 판례는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계약금은 계약 체결의 증거, 해약금, 위약금 등의 성격을 띄고 있다. 계약금을 통상 매매가 대비 10%로 정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며 "너무 낮은 계약금으로 계약을 진행했다. 다만 여러 사정을 고려할 경우 재판부가 중개보수액을 계약금보다 낮게 책정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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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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