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중략)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 번 만져보자, 하게`

2010년 9월 7일 새벽 2시경 당진의 한 제철소에서 20대 청년이 작업을 하다 발을 헛디뎌 1600도가 넘는 용광로에 빠져 숨지자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한 한 네티즌이 작성한 `그 쇳물을 쓰지 마라`란 제목의 조시(弔詩)다.

목숨을 담보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다 숨진 이 청년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것도 억울한데,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 네티즌들의 슬픔이 컸다.

또 한 청년의 죽음.

2016년 5월 28일 오후 5시 57분경 서울 구의역 승강장에서 갓 고등학교를 졸업 후 서울메트로 하청업체에 취직한 비정규직 한 청년이 작업 중 열차와 스크린도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인력 부족으로 2인 1조가 아닌 홀로 작업을 하다 변을 당한 이 청년의 죽음 뒤에 `메피아`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가 숨진 구의역 스크린도어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추모 글이 붙었고, 국화와 함께 그가 시간에 쫓겨 끼니를 때웠던 컵라면이 함께 놓여져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여기 또 한 청년이 쓰러졌다.

2018년 12월 11일 오전 3시 20분경 태안화력 9·10호기 발전소에서 하청업체 20대 청년이 연료공급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에도 2인1조의 근무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았다.

공개된 유품 속에는 눈에 익은 컵라면이 한켠에 자리했다.

눈물나게 짠하다.

그의 죽음을 막지 못했기에 그를 끝으로 더 이상 이 땅에서 어처구니 없는 청년들의 죽음을 없애기 위한 `추모문화제`가 서울과 태안 등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산업현장에서 `죽음의 외주화`로 이름 모를 많은 청년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못 다 핀 꽃이라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이 이들에게는 사치처럼 들린다.

자본에 내몰린 청년들의 아까운 죽음이기에 정녕 문재인 대통령이 얘기하는 `사람이 먼저`인 대한민국은 요원한 것일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