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사에 또 하나의 기록이 씌어졌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국민적인 염원인 스즈키컵을 품에 안았다. 그제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꺾고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 이후 10년만이자 통산 두 번째다. 베트남을 환호와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축구 열정이 남다른 베트남 국민에겐 한국민이 느꼈던 `월드컵 4강` 이상의 감동을 안겨주고도 남을 쾌거다.

비교적 약체로 꼽혔던 베트남 축구가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2017년 박 감독 부임 이후다. 지난 1월 U-23 아시아선수권에서 준우승을 했고, 지난 8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4강 진출이라는 놀랄 만한 성적을 일궈냈다. 감독 부임 당시 121위였던 FIFA 랭킹도 지난달 기준 100위까지 뛰어 올랐다. 스즈키컵 결승 2차전 승리로 베트남은 A매치 무패행진 세계 최장기록을 16경기로 늘려 놨다. 이 모두가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 사령탑을 맡은 지 1년 3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베트남 축구의 비약적인 성장은 물론 각종 기록을 새롭게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선수들의 기량과 불굴의 투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능력을 발휘하게 만든 것이 바로 박 감독의 리더십이다.

박 감독에 대한 베트남 국민과 언론의 애정은 유별나다. 박 감독을 모르는 베트남 국민이 없을 정도다. 축구선수들과 국민을 감동시킨 것은 이른바 박 감독의 `파파(아빠) 리더십`이다. 부상 선수에게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양보하고, 고생한 선수들 발을 직접 마사지까지 해주곤 한다. 아빠처럼 선수들을 챙기고 배려하는 박 감독의 모습에 반한 것이다. 결승전이 열린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 태극기가 유난히 많았던 이유를 알 만할 것 같다. 박 감독의 베트남 축구가 새로운 기록을 계속해 써 나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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