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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재밌는 문화재] 암각화를 보면 선사인(先史人)의 삶이 보인다.

2018-12-14기사 편집 2018-12-14 07: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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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문화재청과 수많은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한국의 산사 7곳 모두가 세계인이 보호하고 가꿔야할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이렇게 등재된 세계유산은 총 1,092건에 이르고 있다. 이중에서도 암각화 유적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 등을 인정받은 세계유산은 총 15곳에 이른다. 암각화라는 단일유적으로 보면 등재된 유적의 수가 생각보다 많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암각화는 그만큼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내포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역사적 인식을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암각화는 바위 면에 새겨진 그림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선사인들에게는 주술과 기원의 장소이자 자신의 생활상을 표현하기도 하는 기록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몽골, 유럽과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널리 확인되고 있으며 그중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유적은 몽골의 알타이 암각예술군, 말라위의 총고니 암각화, 포르투갈 코아 계곡의 선사시대암각화, 사우디아라비아의 하일 암각화 등이 있다.

필자는 몇 년전 국외유적 조사차 몽골 고비알타이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알타이산맥에서 이어지는 드넓은 초원지대에 작게 올라온 산봉우리 이곳저곳에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암각화가 산재해 있었다. 새겨진 그림 대부분이 뿔이 길게 나온 산양과 낙타, 사슴 등으로 석기시대부터 이어져 온 고대 몽골인의 목축과 수렵에 관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유럽이나 아프리카 지역의 암각화도 마찬가지로 선사인의 생업과 동물 모습, 그리고 샤머니즘과 관련된 추상적인 문양들이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선사시대 사람이 남긴 최초의 기록유산으로 울주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가 있다. 큰 길에서 그곳으로 들어가는 길은 소하천과 꼬불꼬불한 계곡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경관을 바라보는 사람마다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근래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는 울주 반구대 암각화 인근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지표보다 2~3m 깊이의 암반 바닥에서 백악기(약 1억년전)에 해당되는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었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4족 보행 척추동물 발자국도 확인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또 켜켜이 쌓여진 점판암을 들어냈을 때 공룡발자국이 계속 확인되어 암각화와 더불어 이 일대의 암반 자체가 과거를 그대로 품고 있는 생생한 야외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울주 반구대 암각화는 고래, 동물, 사냥하는 사람과 배 등 여러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우리에게 그림이야기 책을 들려주듯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암각화 그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래 그림이다. 그림이 가장 크기도 하지만 거북이를 필두로 바다 속을 헤엄치듯 표현된 고래 그림은 꽤 인상적이다.

이런 유형의 그림 외에 과거 우리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그림도 있다. 고래 그림에 비해 작게 표현되어 있어 자세히 봐야 이해되는 그림들이다. 생활상을 표현한 그림은 활을 들고 어딘가를 향해 시위를 당기고 있는 사람, 배에서 작살을 던져 고래를 잡는 그림, 긴 창을 들고 있는 사람, 긴 막대기를 들고 서있는 남자 등등이 보인다. 이 중 배 앞쪽에 한 사람이 긴 작살을 들고 고래를 사냥하는 그림은 현재 동남아시아의 어로행위에서도 보여지는 그림이다. 또 긴 막대기를 들고 서있는 남자 그림은 자세히 보면 막대기를 입에 대고 있다. 이 그림은 블로 파이프(blow pipe) 혹은 바람총이라고 하는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이것은 속이 비어 있는 긴 막대기에 독침을 넣어 입으로 힘껏 바람을 불면 멀리 나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활에 비해 그리 멀리 나가진 않지만 활과 화살이 발달하기 전의 선사시대 사냥법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그림이다. 이렇듯 동물상 뿐만 아니라 생활상까지도 세밀하게 표현하고 주변 공룡발자국과 함께 어우러진 암각화 유적은 전세계적으로도 드물다.

현재 울주 반구대 암각화는 인근에 위치한 천전리각석과 함께 '대곡천암각화군'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2010년부터 포함되어 있다. 향후 반구대 암각화와 그 일대가 이런 탁월한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연구실 학예연구관 소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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