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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불멸의 거장

2018-12-14 기사
편집 2018-12-14 07: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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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녁 뉴스를 통해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마지막 황제'의 감독인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Bernardo Bertolucci)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그의 '마지막 황제'는 필자가 대학교 시절 올리버 스톤 감독의 '플래툰(Platoon)'과 함께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였고 아카데미 영화상을 휩쓸었던 존 론이 주연을 맡고 피터 오툴이 출연했던 베르톨루치의 대표작으로, 지금도 잊을 수 없을 만큼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영화계의 큰 별이 또 졌다는, 너무나도 흔한 말이 이토록 가슴에 와 닿은 적이 많지 않을 만큼 '마지막 황제'는 영화사에 기록될 걸작 중 하나이다.

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밤에만 빛을 발휘하는 것이라 한다. 영원히 존재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음악에서도 immortal(불멸)이라는 단어로 통하는 작곡가가 있다.

1770년 12월 16일에 태어난 루드비히 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이다. 그에게 이런 거창한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해마다 12월이면 크리스마스 캐롤들과 함께 가장 많이 연주되는 작품으로 헨델의 '메시아'를 손꼽을 수 있다. 거기에 한 곡을 더 추가한다면 바로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환희의 송가'일 것이다. 환희와 인류애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연말 분위기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베토벤의 9개의 교향곡 중 마지막 작품인 '합창 교향곡'은 예술가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써 이겨내야 했던 삶의 고뇌와 고통, 그리고 세상의 모든 소리로부터 단절된 침묵과 고독의 세계를 통해 만들어 낸 최고의 걸작이자 자신의 자서전과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베토벤은 '합창 교향곡'에서 쉴러의 시를 인용하고 기존의 교향곡 형식의 정의를 과감히 무너뜨린다. 기존의 교향곡에서 사용한 악기들 중 가장 많은 악기들을 총동원한, 가장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 곡에 합창은 물론 4명의 솔로이스트까지 포함시킴으로써 그가 평생을 정복하고 싶었던 고뇌와 인내의 결실인 '기쁨 (joy) '이라는 단어를 비로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기쁨(joy)이 있으면 슬픔(dolente)도 공존 한다는 것, 슬픔을 인내하고 정복했기에 드디어 느낄 수 있는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악기들만으로는 충분치 않았었기에 시(text)와 인간의 목소리(voice)도 동원해 그 시대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라 생각한다.

베르톨루치의 '마지막 황제' 또한 웅장한 대규모의 영화 신들과 그 당시 자유롭지 않았던 자금성에서의 촬영도 기존의 틀을 깬 도전의 결과물이고 오늘날 영화계의 기념비적인 자산으로 몇 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기억되고 있다.

불멸의 존재가 된다는 것은 평범함(ordinary)을 비범함(extraordinary)으로 바꿀 수 있는 창의력과, 생각과 표현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용기와, 이 모든 것을 뒷받침 할 수 있는 타협하지 않는 의지라고 생각한다.



조윤수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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