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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이야기] 소통으로 연말연시 이어가기

2018-12-13기사 편집 2018-12-13 07: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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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인사가 오가고 있다. 집안 어르신 잔치가 있어 부산에 다녀왔는데 가는 길마다 성탄절 분위기와 함께 연말을 준비하는 모습이 한창이었다.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해 광고를 들여다보고 있어도 그 안에서도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겨온다. 괜히 허전한 마음에 약속을 잡을까 전화기를 들었지만, 눈앞에 밀려 있는 일들을 보고선 바로 전화기 화면을 닫았다. 대신 올해 실었던 글들을 다시 새겨보기로 했다.

지난 글들을 보니 아무리 칼럼이라 하지만 너무 건조하고 힘을 주어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가뜩이나 입장이 다분한 우리말 사용에 그리 강하게 말을 해놓고 소통을 해야 한다고 외쳐댔으니. 양쪽 귀가 발갛게 달아오른다.

연말이 되면 이렇게 지난 한 해 동안 일어난 일들을 되돌아보곤 한다. 그리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의 일도 돌아보기 마련이다. 미안한 일들, 고마운 일들을 곱씹어보며 사과하고 안부를 물으며 그렇게 소통을 이어가려고 한다. 때로는 그러한 마음을 그대로 보이기 민망해 에둘러 표현하기도 한다.

최근 폭스바겐의 연말 캠페인 광고도 소비자에게 넌지시 사과를 전한다. 폭스바겐은 2015년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으로 2016년 우리나라에서 판매정지가 결정됐다. 이에 소비자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으며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는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그 후 2년 만에 영업을 다시 시작하며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광고를 발표했다.

"올 초 계획했던 큰일 이루셨나요? 2018년은 큰일 없이 작은 행복들로 가득했습니다."

이 광고 문구로 자신들의 입장을 감성적으로 잘 융화해 소비자에게 다가가고자 했다. 즉, 영업을 재개한 이후로 자신들의 '큰일'이 반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2019년에도 폭스바겐이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넌지시 인사를 전한다.

나 역시 유연하지 못했던 글들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소통을 다짐하면서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하나 더할까 한다. 연말 모임 자리에서 건배사는 흥을 더하고 재치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다. 사실 필자도 재미없기로 유명한 사람이라 조만간 써볼까 싶어 건배사를 검색해보니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든 정도여서 읽다가 눈이 지쳤다.

건배사의 대표적인 특징은 풀어서 말하기 이전에는 술자리와 관계가 없는 듯한 말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가령 '청바지', '마취제'처럼 뜻을 알 수 없는 말로 건배를 건네지만, 이를 풀어보면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마)시고 (취)하는게 (제)일이다'라는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건배사는 나이, 모임의 성격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한다. 직장 내 회식에서 상사의 건배사는 때때로 경직될 수 있는 자리를 편하게 하려는 즉, 소통을 위한 노력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본 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항상 깨어있는 눈으로 바라볼 것.' 사용하는 사람이 깨어있다면 가끔은 건배사와 같은 언어의 유희적인 사용도 순기능이지 않을까.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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