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우리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서게 됐다. 한국은행이 예측한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1243달러다. 2006년 2만 달러를 기록한 뒤 12년 만에 3만 달러에 진입하는 것이다. 작년에도 기대를 했었지만 2만 9745달러에 머물면서 3만 달러의 벽을 실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만 달러를 넘은 나라는 23개국뿐이라고 한다. 더구나 우리는 전쟁의 폐허와 외환위기 등 시련을 겪고 이뤄낸 성과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여섯 나라뿐이다. 이제 한국은 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30-50 클럽`의 일곱 번째 멤버가 된다.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 지표로 통한다. 모든 나라의 희망사항이자 우리도 오랫동안 고대했던 일이다. 그야말로 자부심을 느끼고 자축할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부터 명실상부한 선진국 소리를 듣게 됐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선진국 수준의 삶을 누리고 있는가. 그들처럼 여유롭고 행복한가.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국민소득은 높아졌는지 몰라도 개개인이 체감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정치가 그렇고, 경제가 그렇고, 사회의 안전마저도 희망적이지 못하다. 소득 2만 달러 시대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통계 수치와 달리 국민들의 체감이 낮은 이유는 왜 일까. 사회 곳곳에서 고통 받는 사람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 것이다. 소득은 늘어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올 3분기 가구별 소득분배 격차가 2007년 이후 가장 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차이도 두 배 가까이나 된다. 고용지표도 최악이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실업률도 치솟고 있다. 그중에서도 청년실업률은 심각하다. 한창 일해야 할 청년들이 놀 수밖에 없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이 모든 것이 사회적 갈등과 불만을 키우는 요인들이다.

경기의 흐름도 심상치가 않다. 경기가 안 좋다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고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가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심각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온전히 받아야 하는 탓이다. 생계형 근로자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수입이 늘어나기는커녕 있는 일자리마저 잃게 생겼다. 최저임금의 역설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내년에도 올 보다는 아니지만 최저임금이 10.9% 오른다. 이미 고통 받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버텨낼지가 의문이다.

경제전망도 비관적이긴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은 2.7%다. 지난 2012년 2.3%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두 번씩이나 목표치를 하향조정한 결과이지만 이마저 달성여부가 확실치 않다. 그런데도 내년이 더 암울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의 하강 국면이 본격화 되면 우리 경제도 영향권에 들 것이란 예상이다. 내년에도 성장률이 떨어지면 2%대 저성장 흐름이 굳어지게 된다. 선진국과 어깨를 겨루는 3만 달러 소득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사회의 안전시스템도 구멍이 숭숭 뚫렸다. 유류저장소가 폭발하고 통신구 화재로 소통이 마비됐다. 지하 온수관 파열에 이어 달리던 KTX가 탈선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자연재해도 불가항력도 아니고 무사안일과 안전불감증이 부른 일이다. 그렇다고 정치가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국회는 스스로 만든 법조차 지키지 않고있다. 당리당략이 우선이고 민생과 국민은 뒷전이다. 정부도 적폐청산을 내세우고 있지만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권력기관 갑질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새로운 적폐만 쌓이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기 마련이지만 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그림자만 짙어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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