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새벽 한국서부발전 산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는 영락없는 인재(人災)로 규정돼야 마땅하다. 사고 위험성이 높은 작업환경임에도 `2인 1조`로 현장에 투입해야 하는 기본적인 안전규정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한술 더 떠 사고 희생자는 20대 청년으로 입사 초년병이었다. 그도 자신의 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몰랐을 리 없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라서 감내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목숨을 잃어 먹먹하기 그지없다. 발견 당시 사고 현장도 끔찍했던 모양이다.

이번 사고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 희생자는 한국발전기술이라는 태안화력 9·10호기 석탄운송설비 운전 위탁회사 소속이었다. 소위 하청업체 노동자 신분이었고 사고 당일 설비점검 작업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참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생명을 위협하는 고난이도 작업에 투입되고 있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의 일상적 단면을 엿보게 하는 사례에 다름 아니다. 가정이지만 사고 작업구간에 대해 하청을 주지 않고 원청 회사인 태안화력이 직접 숙련된 인력을 확보해 운용하는 시스템이었더라면 이번과 같은 후진국형 사고로 비화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이미 사람 한명이 희생돼 엎질러진 물이 되긴 했지만 태안화력 사고와 같은 양태의 `위험의 외주화` 와 작별하지 않는 한, 유사한 인명손실 사고가 다른 작업장에서도 언제든 터지게 돼 있다.

열악한 노동현장 사고 때면 정치권은 재빠른 반응을 나타낸다. 민주당은 "법과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논평을 했고 정의당은 "특단의 대책을 촉구한다"는 당 최고회의 결정을 내놓는 등 민첩하게 대응하고 나서는 모습이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렵지 않으나 그 정도로 그간의 반(反)노동적 관성 및 특정 작업현장의 불합리 구조가 혁파될 수 있을지 미심쩍다. 문제의 작업장에서 지금까지 나온 희생자가 10명이 넘는다고 한다. 사안의 엄중함을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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