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천 금산여고 교장
이희천 금산여고 교장
의사가 71세 환자의 항암치료 방법을 고민하다가 IBM의 인공지능의사 왓슨(Watson)에게 최상의 치료법을 물어본다. 왓슨이 표적치료제와 항암제의 병합 사용을 권한다. 실행 결과는 성공적이다. 신장 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신장 기증자가 없자 3D 바이오프린팅(Bioprinting) 기술로 인공 심장을 제작해 이식수술에 성공한다.

직장인 최○○씨는 야근 후 아침부터 장거리 지방 출장을 간다. 뒤 좌석에서 푹 자고 있는데도 그를 태운 자율주행자동차가 스스로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단축된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한다. 오후에 갑자기 바람과 소나기가 쏟아지자 사물인터넷의 센서를 이용해 원거리에서 자가의 열어둔 창문을 닫고, 주방의 가스 밸브를 확인한다. 스마트팜 경영자 김○○씨는 온실에서 재배중인 딸기의 발육상태를 점검한다. 스마트패드로 사진을 찍어 클라우드 센터에 전송한다. 인공지능이 딸기의 영양 상태와 질병 정보를 분석하고 필요한 영양제와 치료제를 공급한다. 온실 환경을 고려해 공기조절장치도 가동한다.

지식을 대결하는 TV 장학퀴즈에서 엑소브레인(Exobrain)으로 불리는 인공지능이 수능 만점자 등 4명의 인간퀴즈 고수들을 압승한다. 백과사전, 일반상식 등 도서 12만권 분량의 데이터베이스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위의 생활 단면에서 보듯이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가 우리 주변을 차츰 감싸오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가 발달할수록 다양한 최첨단 기계류가 여러 영역에서 인간을 대신하게 된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미래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들은 새로운 환경을 주도하기 위해서 어떠한 능력을 길러야 할까?

기계류가 인간을 대신하는 영역은 기계에 맡기고 기계가 절대 대신해주지 못하는 영역의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한 영역들은 창의력, 융합적사고력, 유연성, 좋은 인성과 감성 등의 능력이다. 또한, 인지한 것을 잘 이해하고 적용하는 상황맥락 능력과,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결합해 자신과 타인을 맺는 정서적 능력이 요구된다. 변화를 이끌고 공동의 이익을 꾀하기 위해 개인과 공동의 목적, 신뢰성 등을 활용하는 영감지능 능력도 필요하다. 기계가 대신해줄 수 없는 사람만의 영역을 기르기 위해서는 학습방법도 바꿔야 한다. 과거처럼 지식만을 습득하고 기억하는 학습은 이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인간이 필요한 지식은 여러 기계장치를 이용해 단지 몇 초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의토론학습과 협동학습 등을 통한 집단지성을 기르고, 탐구활동, 프로젝트 학습 및 문제해결 학습 등 심화 학습을 통해 창의성을 길러야 한다. 많은 독서활동을 통해 상상력과 생각의 깊이를 늘려야 한다.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많은 경험을 축적해야 하며 부드러운 감성과 인성을 기르기 위해 늘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고 상호 교감활동에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인공지능과 최첨단 기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계를 칭송하고 있지만, 사람이 기계의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도 한다. 살아있는 세포와 정신으로 구성된 온전한 내가 아닌 기계 부품으로 만들어진 내가 도래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 역시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시대에 첨단 기계류에 지배당하지 않고 인간과 기계가 조화를 이루며 인간이 주인이 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과 준비가 더 필요한지 청소년기부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이희천(금산여자고 교장, 전 금산교육지원청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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