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을 중도포기했지만 덕분에 작가라는 꿈을 이룰 수 있었어요."

지난달 13일 시집 `망한 드라마`를 펴낸 강채린(18·대전시 중구 유천동)양은 꿈을 이룬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대전의 한 고교를 다니다 올해 4월 학교밖청소년이 된 강 양은 재학 중엔 엄두조차 못 냈던 작가라는 꿈을 얼마전 이뤄냈다. 강 양은 자퇴를 하고 문예창작과를 목표로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틈틈이 집필 작업을 이어왔다. 표현하기 어려운 말의 유일한 표현수단이었던 글들은 어느새 수북히 쌓였고 이를 모아 책을 만들었다. 그는 학교울타리 밖 경험들이 시 집필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데 학교에서는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여유조차 없었다"며 "학교를 벗어나 시간, 정신적 여유를 찾고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강 양은 지난해 여름부터 자퇴를 고민했다. 학교만 가면 스트레스가 많았고 이 때문에 눈, 머리 등 온몸이 아팠다. 그는 "학교에 있을 때 일방적인 교육환경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며 "상담신청을 하는 등 노력했지만 탈출구를 찾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혼자 고민을 하며 끙끙 앓다가 지난해 겨울방학을 앞두고 자퇴결정을 내렸다.

어머니 홍순미(44) 씨는 "딸이 학교를 나오기 전엔 항상 부정적이었다"며 "아픈 날을 달력에 표시하면 거의 모든 날이 해당됐었는데 몸도 건강해지고 무엇보다 밝아져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돌아보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을 극복한 강 양은 시집에 주변인, 세상의 모습들을 담아낸 것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신과 같이 아프고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자 하는 것. 그는 학교에서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강연을 해주며 비슷한 아픔을 경험한 이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음성녹음, 정신상담 공부 등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글을 통해 밝은 영향을 끼치는 작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 양은 "`쟤도 하는데 나도 못하겠냐`에서 바로 `쟤`가 되고 싶다"며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자신을 표현할 용기를 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주재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재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