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대진침대 집단분쟁조정 사건에 대해 대진침대 측에 매트리스 교환과 1인당 위자료 30만 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대진침대 측 조정 결과 수락 여부와 배상 가능성은 미지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은 소비자원 분쟁조정에 대해 국내 주요 항공사들이 상습적으로 거부하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원에서 조정이 성립되지 않은 사건들 중 90% 이상은 기업 측의 거부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두 사례는 소비자분쟁조정의 한계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사업자의 위법·부당한 행위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손해에 대한 입증책임, 시간과 비용 소모, 그리고 심리적 부담 등으로 인해 일반 소비자에게 법원의 문턱은 높다. 더욱이 피해자가 다수이고 피해액이 소액인 소비자문제의 경우 소 제기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소송의 대안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즉 `대안적 분쟁해결`이다.

우리나라는 소비자문제 해결을 위한 행정형 ADR 기구로 한국소비자원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두고 있다. 그밖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조정·중재를 맡고 있고, 내년부터는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 의한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제도가 시행된다. 이 중에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연간 3000여 건의 사건을 처리하면서 사회적 갈등비용과 분쟁해결비용을 낮추는데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분쟁조정 결정에 대해 어느 한 쪽이라도 일방적으로 거부할 경우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ADR은 소송과 달리 화해와 조정에 의한 자율적 해결이 본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그 한계를 악용함으로써 본질을 훼손한다면, 소비자들은 또 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다. 최근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비자기본법에 상습 거부자에 대한 사업자명 공표제도나 소비자 중재제도, 대불제도 등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에게는 ADR 외에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이들 제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점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은 소비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이다.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법제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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