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습관의 지름길 방학, 놀아야 읽는다

이제 학생들은 기말시험을 끝내고 겨울방학을 맞이한다. 참으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방학이 없다. 고3 학생들만 하던 야간자율학습에 언제부턴가 고1까지 동참하더니 지금은 중학생들까지 하는 것 같다. 특목고, 자율고, 국제고 등으로 고교평준화 근간이 흔들리며 중학교 교실이 고3 교실로 바뀐 것이다. 초등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조기학습이 너무 지나치다. 각종 사교육에 사로잡혀 놀 시간도, 친구도 없다. 방학 때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방학엔 좀 여유가 있어 친구와 놀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구와 서점, 도서관 나들이도 꽤 많이 했었는데 이런 풍경도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빡빡하게 짜놓은 시간에 아이들이 숨쉴 틈도 없다. 도대체 학습을 통해 실력을 쌓아야 할 것이 얼마나 많길래 그럴까? 알고보면 단순 문제풀이에 지나지 않는 것인데. 그러니 아이들은 틈만 나면 스마트폰에 빠질 수밖에.

여기서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을 인용해 본다.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 않을 직업에 대해 매일 15시간씩 낭비하고 있다" 아주 적절한 표현 아닌가. 이 말이 나온 지 벌써 10여 년 된 것 같은데 변화는커녕 상황이 더 심각해져 참으로 안타깝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인공지능시대로 접어들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단순하고 기계적인 것은 모두 인공지능이 해결한다. 여기에 인공지능은 날로 진화해 고차원적인 일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독서가 더 중요하다고 미래학자들은 말한다. 독서는 스트레스와 학습과제가 많으면 불가능하다.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이번 방학 때부터 바꿔 보자. 한 달 정도밖에 안되는 기간이라도 완전 내버려둬보자. 우리가 믿고 맡기는데 어찌 배신하겠는가. 믿어주면 가장 좋고 의심하면 가장 나쁘다. 믿어주면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놀이전문가 편해문은 말한다. "아이는 놀이가 밥"이라고. 이번 방학만큼은 실천해 보자.

마지막으로 10월 28일자에 소개한 올바른 우리 아이 독서습관인 `그냥 읽어주세요. 설명하려고 하지 마세요.`, `글자를 짚어가며 읽지 마세요.`, `읽어주며 집중하라고 하지 마세요.`에 이어 나머지를 소개한다.

◇읽은 내용을 확인하지 마세요=책을 읽어주고나면 잘 들었는지 물어보고 대답을 못하면 혼낸다. 아이는 불안해하고 곤혹을 치른다. 프랑스의 작가 다니엘 페나크는 말한다. 그건 서푼어치 지식을 꿔주고 이자를 요구하는 격이라고. 우리는 보통 독후활동을 해야 사고력이 증진된다고 강조한다. 질문이나 독후감 쓰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이 책을 가장 싫어하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부모와 교사 연수 때마다 독후활동이나 독후감을 차라리 없애자고 제안한다. 그럼 대부분이 어리둥절해 한다. 그때마다 필자는 `밥먹고 나서 식후활동이나 식후감을 쓴 적이 있냐고?` `그렇게 안해도 이렇게 잘 자라지 않았냐고?`하면 박장대소하며 통쾌해 한다. 식후감을 쓰지 않듯 독후감 쓰기를 멀리 밀어놓고 자연스럽게 읽어주면 된다. 자꾸 묻고 확인하고 혼내면 역효과 난다.

◇사람이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습니다=컴퓨터가 발달하면서 전자책, 플래시 동화 등 온갖 전자기기로 아이들을 기르려고 한다. 아이는 기계 아니다. 아이는 가족의 아늑한 품과 다정다감한 말소리에 자란다. 특히 어릴 때부터 전자기기애 너무 노출되면 감각이 무뎌지고 움직이는 것에만 반응하는 팝콘브레인이 된다. 감정이 없는 로봇, 그래서 매우 폭력적인 인간이 되는 끔찍한 경우로도 이어진다. 너무 바쁘고 주말 부부처럼 일정기간 떨어져 사는 경우는 스마트폰으로 직접 읽어주던지 아니면 녹음해서 가끔 들려주는 정도는 부모의 목소리기에 장점이 있다. 그렇더라도 5세 이전엔 가급적 안하는 것이 좋다. 직접 읽어줘야 한다. 읽어주는 것은 단순히 지식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온갖 정성이 담긴 부모 사랑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열심히 읽어줬는데 오히려 자녀가 책을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많이 들어왔다. 읽어줄 때 어떻게 했는지 들어보면 대부분의 부모가 위의 방법을 준수하지 않고 방법을 잘못 적용했기 때문이었다. 명심해야 할 일이다.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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