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 이어 많은 반려인들과 수의사들까지도 하고 있는 두 번째 오해는 접종이 다 끝나기 전까지는 집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필자도 초창기에는 보호자들에게 마치 그 이야기가 절대적인 진실인 것 마냥 힘주어 강조하곤 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긴 했다. 수많은 어린 자견들이 파보나 홍역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말미암아 숱하게 죽어나갔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수의사들끼리 모이면 파보장염이나 홍역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하지 않지만 199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모여서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이 파보장염에 걸린 자견을 치료하는 것에 대한 극렬한(?) 토론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곤 했다. 돌이켜보면 뭐 하러 그렇게까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내가 맞네, 니가 틀리네 하며 열을 냈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 땐 그만큼 전염병의 치료가 상당한 이슈였다.

이러한 상황들이 만들어낸 불안감으로 인해 수많은 강아지들은 아프건 아프지 않건 예방접종이 끝나지 않으면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받지 못하게 되었다. 과연 이게 옳은 일인지에 대한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견의 예방접종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까지는 외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큰 오해다. 오히려 그 기간은 다른 어느 시기보다 외출을 많이 해야 된다.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사회화라는 개념을 먼저 알아봐야 한다. 사회화는 젖을 떼면서부터 평균적으로 개는 생후 14주, 고양이는 9주까지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보고 듣고 느끼는 자극과 정보들을 긍정적으로 학습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회화 기간이 중요한 이유는 이 기간 동안에는 학습과 수용이 긍정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기간이 넘어서면 새로운 자극이나 정보들에 대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자세가 만들어지므로 이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자극을 받아들여야만 앞으로 살아갈 날들 동안 받아들일 수 많은 정보들에 당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회화 기간의 종료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예방접종이 마무리 되는 시점과 겹치는데 사회화 기간 동안 집안에만 살다가 사회화를 마무리하면 앞으로도 계속 집안에만 있고 싶어하게 된다. 즉 산책을 포함해 다른 반려동물 및 사람과의 교류 등 많은 사회적인 활동에 부담을 느끼고 심하면 분리불안 등 심리적 장애까지 갖게 될 수 있다. 사회화 기간 동안은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도시에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많은 부분들을 최대한 경험하게 해줘야 한다. 참고로 아이들의 건강이 염려되면 안고서 데리고 나갈 수도 있고 바닥이 깨끗하고 안전한 곳 위주로 산책을 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는 매일 수많은 강아지 고양이를 접한다. 똑같은 이야기도 수없이 한다. 한번 잘 못 심겨진 오해가 얼마나 오래 생명력을 유지하고 적지 않은 부작용을 끼치는지도 많이 보아왔다. 이제는 이러한 오해들이 없어져 많은 반려동물과 애호가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최재용(대전동물병원/예담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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