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화재의 발화점을 못찾아 '미궁'에 빠지는 사건 발생

지난 10월 19일 화재가 발생한 관저다목적체육관 공사현장 / 사진=김성준
지난 10월 19일 화재가 발생한 관저다목적체육관 공사현장 / 사진=김성준
대전 서구 관저다목적체육관 공사장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채 종료되면서 또 하나의 `미궁` 사건이 늘게 됐다.

물론 명확한 발화점을 찾지 못하는 화재가 종종 발생하곤 있지만, 이런 사건 대부분 감식 주체간의 의견이 상충되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감식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선 소방관들은 화재사건에 따른 감식은 소방쪽의 의견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경찰 등은 수사권이 보장되지 않아 소방에서 발화지점을 규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6일 대전·세종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화재 감식 주체간 의견이 상충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세종 새롬동 주상복합아파트 공사장 화재사고가 대표적이다.

이 사건에 대해 소방은 유증기 폭발 가능성을 높게 봤지만 경찰은 이에 대한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최종 조사결과 국과수가 주장한 전기적 요인인 것으로 확정된 상태. 천장 전선에서 단락흔이 발견된 게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 결과를 두고 소방은 여전히 미심쩍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관저다목적체육관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도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감식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사건에 투입된 합동감식팀은 발화지점을 지하 1층 여자화장실 내부로 추정, 파이프를 용접하는 과정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하지만 발화원인 등과 관련해서는 최종 의견을 합의하지 못했다. 국과수 시뮬레이션을 통해 파이프의 열전도율과 용접 과정 중 전기 발생 여부 등을 측정·분석했지만 이렇다 할 화재원인의 증거를 밝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방 측은 이 사건과 관련해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는 합동감식 결과를 하는 과정에서 각 주체간 의견이 상충된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소방 측은 화재 감식은 소방관들의 의견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채수종 세종소방본부장은 "소방이 진행하는 화재 감식 시스템 구조는 수사기관과 똑같이 한다"라며 "1차적인 판단은 소방이 하지만 종국적인 판단은 국과수가 한다. 엄밀히 얘기하면 견제와 균형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재 원인은 이제 소방의 의견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런 주장에 경찰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물리적 판단, 원인규명에 대한 종국적인 판단권 만큼은 소방이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와 다소 엇갈린 의견을 냈다.

대전지역 한 경찰 관계자는 "소방의 전문성을 인정하지만 수사권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제도개선이 되지 않는 이상 물리적으로 어렵다. 그리고 국과수와 한전 등 전문기관의 의견을 종합해 결과를 도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호창·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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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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