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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탐사기] 31차대 입남극 하는 날

2018-12-06기사 편집 2018-12-06 07: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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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월동은 12월에 새로운 차대 대원들이 입남극 하고 인수인계가 완료되면 모든 임무는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차대 대원들이 남극에 들어오는 날은 매우 특별하고 기다려진다. 2017년 12월 1일 다음차대 대원들의 입남극 계획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2017/2018년 남극하계시즌 세종기지를 최초로 방문하는 인원이 50명이 넘었기 때문에 공항에서 기지까지의 인원 수송이 많은 우려를 자아냈다. 50명을 수송하려면 보트를 2대로 운행할 경우 3번은 왕복해야 한다. 이 경우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가 매우 중요한 변수다. 앞의 기고문에서 여러 번 얘기 한 바 와 같이 세종기지는 남극의 저기압대에 위치하기 때문에 날씨가 아주 변덕스럽다. 입남극 인원이 평소보다 많은 이유는 월동연구대원 17명을 비롯하여, 지난 시즌에 공사가 덜 마무리 되었기에 세종기지 신축 연구동 공사를 마무리 짓기 위하여 건설 인력이 대거 투입되었고, 하계 기지 유지보수를 위한 인력이 모두 들어오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여러명이 기지에 들어오게 되면 대장으로선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날씨가 좋아서 킹조지섬 공항에 도착 즉시 세종기지로 바로 이동이 가능할 경우는 최선이고, 날씨가 좋지 않아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없을 경우는 좀 더 기다리면 된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킹조지섬에 비행기가 도착할 때까지 날씨가 양호하다 킹조지섬에서 세종기지로 보트로 이동하려는 시점에 날씨가 악화되어 공항 근처에 머무는 경우다. 인원이 소수일 경우는 인근의 중국기지나 우루과이 기지 혹은 칠레 하계 에스쿠데로 기지에 날씨가 호전될 때 까지 맡아 줄 것을 부탁해야 하는데, 공항에서 각국의 기지로 인원을 수송하는 것도 어렵고 날씨가 오랫동안 좋아지지 않으면 오랫동안 신세를 져야하는 부담이 있다. 31차대가 입남극 하는 날은 날씨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비행기 이착륙도 여의치 않아 31차 월동연구대는 푼타아레나스에 도착 후 몇 시간 호텔에서 휴식 후 바로 푼타 공항으로 이동해 대기하다 야간에 남극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보통은 푼타에 도착 후 하루 정도 대기하다 입남극 하는데, 이때는 날씨가 새벽시간에 짧은 시간만 비행이 허락되어 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바로 입남극 하기로 한 것이다. 세종기지에서도 비행기 도착 즈음 해상의 일기예보가 보트를 띄울 수 없는 조건이어서 어쩔 수 없이 50여명의 인력을 인근 중국, 러시아, 칠레 하계 에스쿠데로 기지에 분산 배치하도록 급히 협조를 구했다. 무전기와 전화기를 이용해 50여명을 3개기지 분산 배치하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설상가상 공항 근처에 눈이 많이 내려 설상차 외에는 운행이 어려워 대원들의 수송을 설상차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기지에 부탁 할 수 밖에 없었다. 설상차는 기동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송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드디어 50여명을 싣고 비행기가 킹조지섬 공항에 도착 했다는 무전 교신이 왔다. 새벽시간이었다. 12월은 백야 기간이기 때문에 새벽에도 날씨가 좋으면 보트 운행에 문제는 없다. 다행히 비행기가 도착한 직후 날씨가 호전되어 보트를 띄울 수 있었다. 급히 러시아 기지에 무전을 취해 현재 기상이 다소 호전되어 대원들 수송을 위해 보트가 러시아 기지쪽으로 가고 있으니 대원들을 공항에서 해안가로 데려와 주길 부탁하였다. 일부대원들은 공항에서 칠레 하계 에스쿠데로 기지로 이동해 있었지만, 대부분 대원들은 공항에 대기 중 이었다. 3번 운행해야 수송이 모두 완료 되는데, 2번 수송하고 기상이 악화 되어 수송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남극에선 안전이 최우선이다. 약 2시간 정도 러시아 기지에 대기한 후 기상이 좋아져서 나머지 대원들과 중간보급품을 싣고 아침이 되어서야 무사히 기지로 복귀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남극의 자연환경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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