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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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명되는 순서대로 앞으로 나와 성적표 받아가세요."

5일 오전 9시 대전 유성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 수능성적표를 손에 쥔 담임교사가 들어서자 왁자지껄했던 학생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담임교사의 농담 섞인 위로의 말에도 가라앉은 분위기는 좀처럼 풀어지지 않았다. 학생들이 성적표를 확인한 뒤 교실 곳곳에서 한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낮은 점수에 턱을 괴고 창밖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학생들도 더러 볼 수 있었다. 불수능의 여파 탓인지 수시와 정시를 지원하는 학생 모두에게서 만족스러운 반응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자 몇몇 학생들은 작은 목소리로 옆 친구와 성적을 공유하고 "최악의 경우는 아니다" 등 얘기를 나눴다. 또 다른 학생들은 휴대폰으로 친구와 부모에게 성적표사진을 보내기도 했고 정시일정을 확인하며 입시전략을 짜기도 했다.

정시에 주력하며 수시지원을 하나도 하지 않은 고3 박준호 군은 "너무 어려웠던 수능에 가채점 결과가 기대했던 점수에 미치지 못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다"면서 "저 때문에 저보다 더 고생 많으셨을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목표했던 대학을 가기는 어렵겠지만 남은 기간 정시지원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불수능을 뚫고 좋은 결과를 낸 학생도 찾아볼 수 있었다. 고3 박의진 군은 "성적표를 받기 전까지 가채점 결과와 다를까 걱정을 많이 했다"며 "고2 때부터 수시 준비가 부족해 정시에 주력해서 더 긴장됐지만 좋은 결과를 받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남상두 3학년 부장교사는 "이번 수능은 상위권 중 특정 영역에 강한 학생들은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평소 실력을 발휘 하지 못해 상위권 변별력이 있었다"며 "수시 최저등급을 충족한 학생들이 많아 안도감이 들지만 한편으론 정시 입시지도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남 교사는 또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나서 정시지원 기간이 있지만 학생들의 정시지원이 끝날 때까지 모든 교사들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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