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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함부로 만지고 훔쳐볼까?

2018-12-05기사 편집 2018-12-05 13: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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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아키요시/서라미/ 인물과 사상사/256쪽/1만3000원



올해 초 미투운동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서지현 검사의 고발로 검찰 내 성추행이 알려진 후 각계로 번졌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성추행 사건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2017년 경찰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6년 2만 4110건에 이르던 성범죄 중 성추행이 1만 7947건으로 약 75%를 차지했다. 낮은 신고율을 고려한다면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2013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자 신고율은 5.3% 수준에 불과하다.

성추행은 이처럼 흔한 범죄가 됐지만 가해자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게 사실이다.

일본 의학박사이자 '오모리 에노모토 클리닉' 정신보건복지부장인 저자는 '왜 함부로 만지고 훔쳐볼까?'라는 책에서 성추행범의 유형을 분석했다. 성추행범 중에는 고학력, 회사원, 기혼자가 많았다. 특히 그가 12년간 만난 성추행범들의 데이터를 통해 압축한 특징은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원으로 한창 일하는 기혼 남성'이었다. 직장에서는 성실한 직장인, 집에서는 가정적인 남편이었다.

저자는 성추행을 성욕 때문에 저지른다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상담을 통해 만난 성추행범의 절반 이상이 범죄를 저지를 때 발기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성추행은 오히려 성욕이 아니라 지배욕 때문에 발생한다. 성추행범은 동의 없이 타인의 안전 영역을 침범하고 신체를 유린하면서 우월감을 느낀다. 상대가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상대적 강자가 된 느낌을 만끽한다. 이러한 우월감은 다른 곳에서 인정 받지 못하거나, 계속해서 억눌려 있던 사람에게 말할 수 없이 짜릿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성추행범 중에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많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할 때 안정을 얻는다. 비뚤어진 지배욕은 모든 성범죄의 기반이다.

성추행범도 성추행이 범죄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터부시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들은 자신의 사고방식이 왜곡됐다는 생각을 애써 외면하며, 오히려 피해자를 탓한다.

저자는 성추행을 일종의 '중독'으로 바라본다. 성추행은 의존증이라는 병인만큼 치료로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치료과정에서 꼭 관리해야 할 것으로 성인 동영상과 자위를 지목한다. 특히 범죄적인 성인 동영상을 보면서 자위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적 표현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을 타개하려면 보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모두에게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인동영상과 함께 인터넷 사용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성추행, 그중에서도 지하철 내에서 벌어지는 성추행을 다루지만, 성추행이 일어나게 되는 근본적인 문제는 미투 운동을 불러일으킨 직장 내 성폭행이나 불법 촬영, 리벤지 포르노, 가정폭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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