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아키요시/서라미/ 인물과 사상사/256쪽/1만3000원

올해 초 미투운동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서지현 검사의 고발로 검찰 내 성추행이 알려진 후 각계로 번졌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성추행 사건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2017년 경찰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6년 2만 4110건에 이르던 성범죄 중 성추행이 1만 7947건으로 약 75%를 차지했다. 낮은 신고율을 고려한다면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2013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자 신고율은 5.3% 수준에 불과하다.

성추행은 이처럼 흔한 범죄가 됐지만 가해자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게 사실이다.

일본 의학박사이자 `오모리 에노모토 클리닉` 정신보건복지부장인 저자는 `왜 함부로 만지고 훔쳐볼까?`라는 책에서 성추행범의 유형을 분석했다. 성추행범 중에는 고학력, 회사원, 기혼자가 많았다. 특히 그가 12년간 만난 성추행범들의 데이터를 통해 압축한 특징은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원으로 한창 일하는 기혼 남성`이었다. 직장에서는 성실한 직장인, 집에서는 가정적인 남편이었다.

저자는 성추행을 성욕 때문에 저지른다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상담을 통해 만난 성추행범의 절반 이상이 범죄를 저지를 때 발기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성추행은 오히려 성욕이 아니라 지배욕 때문에 발생한다. 성추행범은 동의 없이 타인의 안전 영역을 침범하고 신체를 유린하면서 우월감을 느낀다. 상대가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상대적 강자가 된 느낌을 만끽한다. 이러한 우월감은 다른 곳에서 인정 받지 못하거나, 계속해서 억눌려 있던 사람에게 말할 수 없이 짜릿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성추행범 중에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많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할 때 안정을 얻는다. 비뚤어진 지배욕은 모든 성범죄의 기반이다.

성추행범도 성추행이 범죄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터부시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들은 자신의 사고방식이 왜곡됐다는 생각을 애써 외면하며, 오히려 피해자를 탓한다.

저자는 성추행을 일종의 `중독`으로 바라본다. 성추행은 의존증이라는 병인만큼 치료로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치료과정에서 꼭 관리해야 할 것으로 성인 동영상과 자위를 지목한다. 특히 범죄적인 성인 동영상을 보면서 자위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적 표현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을 타개하려면 보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모두에게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인동영상과 함께 인터넷 사용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성추행, 그중에서도 지하철 내에서 벌어지는 성추행을 다루지만, 성추행이 일어나게 되는 근본적인 문제는 미투 운동을 불러일으킨 직장 내 성폭행이나 불법 촬영, 리벤지 포르노, 가정폭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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