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의 이사 외

◇은행나무의 이사(정연숙 지음·윤봉선 그림)=그림책은 내 친구 49권. 역사, 추억, 생명과 평화… 이 책은 한 그루 나무에 깃든 소중한 것들을 지켜 낸 평범한 사람들의 감동 실화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함께 견뎌 온 소중한 나무, 은행나무의 이사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은행나무의 이사`를 통해 소중한 것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물질 만능의 시대에 내 주변의 이야기, 오랜 된 이야기를 잘 지키고 가꾸는 것이 오늘이라는 시간을 살아 내는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일임을 가슴 따뜻하게 느낄 수 있다.

용계리 마을 아이들은 모였다 하면 이사 이야기를 한다. 어른도 한숨을 푹푹 쉬는 건 마찬가지이다. 곧 큰 댐이 들어서면 서울 아파트 높이만큼 물이 차게 된다. 집과 동네는 물론,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 준 나무도 잠겨 버린다고 한다. 700년 동안 마을 사람들과 함께한 은행나무였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뒤로하고 떠나야 할 마을 사람들이지만, 우리 집과 학교와 땅은 지키지 못해도 할배나무만은 살리자고 결심한다. 아이들과 어른들은 나무를 이사시키려고 하지만 옮기기에는 너무 무겁고 비용도 많이 들어서 모두가 안 된다고만 한다. 댐 공사일은 다가오는데, 소중한 나무를 이대로 포기해야만 할까? 논장·56쪽·1만 3000원

◇소가 된 게으름뱅이(김기택 지음·장경혜 그림)=비룡소 전래동화 시리즈 19권. 게으름을 피우다 소가 된 사람의 반성과 뉘우침을 담은 이야기가 현대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작가 김기택의 맛깔스러운 문체로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아크릴 물감과 콜라주 기법을 사용해 묵직하고 깊은 느낌을 주는 그림은 마치 미술관에 걸린 그림을 보는 듯하다.

소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소의 눈으로 사람과 세상을 보는 시를 여러 편 발표해 온 김기택 작가는 게으름뱅이가 소가 되었다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기까지 상황과 심리 변화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해학성이 짙은 이야기는 과장된 캐릭터와 과감한 구성이 조화를 이루는 장경혜 작가의 깊이 있는 그림으로 더욱 강조되었다. 비룡소·36쪽·1만 2000원

◇함께 달리는 바퀴(노랑풍선 지음·홍인영 그림)=현석이네 반에 새로운 친구 준이가 왔다. 준이는 걷지 못해 휠체어에 하루 종일 앉아 있어야 했다. 현석이와 친구들은 준이가 앉아 있는 바퀴가 달린 커다란 의자에도, 준이에게도 궁금한 게 많았다. 하지만 책을 읽거나 블록 놀이를 할 때도 휠체어에 앉아 있는 준이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다.

현석이는 준이에게 자꾸 눈길이 갔다. 친해지고 싶었다. 나와 다를 것 같던 준이는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잘 부르는 친구였다. 현석이는 준이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그리고 함께 놀이터로 달려 나간다. 그리고 알게 됐다. 현석이의 눈이 되어 주는 안경처럼 휠체어는 준이의 다리가 되어 주는 고마운 것이라는 걸 말이다. 크레용하우스·32쪽·1만 2000원

◇대단한 오줌싸개 대장(로버트 먼치 지음·마이클 마르첸코 그림·김은영 옮김)=딱따구리 그림책 20권.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종이 봉지 공주`,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등의 그림책으로 널리 알려진 로버트 먼치의 작품이다. 로버트 먼치는 부모와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꾼이다. 로버트 먼치는 책상에서 이야기를 만들지 않는다. 마치 할머니가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머리에 떠오른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또 들려준다. 아이들의 반응을 지켜보며 로버트 먼치는 이야기를 다듬고 또 다듬는다. 이렇게 완성된 이야기를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 `대단한 오줌싸개 대장`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들 사이에서 오줌을 두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다산기획·24쪽·1만 원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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