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도시, 대전이요? 공무원들이나 해당하지 집 없고 일 없는 서민한테는 지옥입니다. 지옥."

`살기 좋은 도시, 대전`이라는 표어가 옛말이 됐다.

집값과 실업률은 폭등하고, 고용과 출산지수는 전국 최하위를 찍은 지 오래다.

통계가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도시의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가장 주요하게 쓰인다.

최근 통계청을 비롯한 정부기관이 발표한 대전의 통계지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말 이외에는 달리 해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0월 대전의 실업률은 이미 4%를 넘어선 지 오래고, 고용률은 59%에 불과해 전국 17개 시도 중 16위라는 성적을 받아야 했다.

집값은 폭등에 폭등을 거듭해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대전지역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전국 1위를 찍었고, 불과 석달 만에 대전 서구와 유성구 집값이 1억-2억 원 이상 오른 것을 목격한 서민들은 집 사는 것을 포기한지 오래다.

"집값이 이렇게 뛰는데 누가 애를 낳고, 기른답니까. 청약이요? 3블록 트리풀시티 보셨죠. 기대도 못하고 삽니다."

지난 9-10월 도안신도시 투기에 대한 취재를 벌이고 있을 때 만난 취재원의 말이다.

이 말은 곧잘 통계로 이어졌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에 있어 대전의 1-9월 출생아 숫자는 전년대비 15.3% 급감했다.

대전시민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말이다.

시도별 출산율 또한 대전은 0.9명에 불과해 전국 16위를 기록했고, 혼인 건수마저 충청권에서 가장 낮았다.

연애는커녕 결혼, 출산, 주택, 직장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오포세대 대전`이 작금의 현실을 표현하는 단어다.

모든 지표들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

직장을 구할 수 없으면 결혼하기 난망이고, 집값이 오르면 결혼해도 보금자리가 없으니 아이를 포기한다.

하나의 고리라도 우선 끊지 않으면 악순환의 반복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지금의 대전에서 벌어지고, 보여지는 지표는 서민들이 신음하고 있다는 하나의 단초다.

`살기 좋은 도시, 대전`이라는 말이 과거의 영광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대전시를 비롯한 자치단체와 관련 기관들의 초당적인 노력과 대책이 시급하다.

<취재1부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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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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