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증상 및 치료

조성래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신경과 과장.
조성래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신경과 과장.
뇌신경세포는 컴퓨터 전기회로와 비슷한 상태여서, 일정한 전기적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다양한 원인에 의해 전기적 상태의 질서가 깨지면 비정상적인 흥분상태가 된다. 이때에는 `간질`이라 불리기도 했던 뇌전증으로 인한 `뇌전증 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 과거에는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전적 성향이 강한 선천성 질환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뇌전증은 정상적이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진다면 고혈압, 당뇨병처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질병이다.

◇사고로 인한 뇌손상 등이 원인= 뇌전증은 일반적으로 뇌를 침범하는 질환과 사고로 인한 뇌 손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출생 후 영·유아기에는 분만 손상과 뇌의 발달이상, 선천성 기형, 중추신경계 감염 등이 해당된다. 성인의 경우에는 뇌졸중과 치매, 외상, 뇌종양, 중추신경계 감염 등 대표적 원인이다. 뇌졸중 후 뇌전증은 노인에서 새로이 발생하는 뇌전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원인이 밝혀진 노인 뇌전증의 약 1/3 중 절반 정도의 환자가 이에 해당된다.

발작 증상은 뇌전증의 원인에 따라 매우 다양한데, 크게 부분발작과 전신발작으로 나뉜다. 부분발작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한쪽 손이나 팔을 까딱거리거나 입 꼬리가 당겨지는 운동발작, 얼굴과 팔다리 한쪽에 이상감각이 나타나는 감각발작, 가슴이 두근거리고 털이 곤두서거나 땀을 흘리는 자율신경발작 등이 있다. 전신발작으로는 발작 초기에 갑자기 정신을 잃고 호흡곤란·청색증·근육 수축이 나타나 몸을 떠는 전신강직간대발작,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어딘가를 응시하거나 고개를 떨어뜨리는 증세가 5-10초 정도 지속되는 소발작 등이 해당된다.

◇임상 양상이 진단에 가장 중요=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상 양상이다. 뇌전증 증상은 대부분 돌발적으로 나타나며, 지속 시간도 1-2분에서 길어야 5분 이내이고 양상도 비슷하다. 때문에 전조증상의 유무와 형태, 발작 양상, 발작 후 임상증상과 두통, 수면 등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 이 밖에 뇌전증의 유발 요인, 다른 질환의 병력과 가족력, 열성 경련이나 외상병력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증상과 함께 비유발성 발작이 24시간 간격을 두고 2회 이상 발생하면 뇌전증으로 진단하는데, 이때 뇌파검사나 CT, MRI 등을 통해 최종 확인한다. 뇌전증 진단에는 뇌파검사가 중요하지만 뇌전증파가 나오지 않는다고 뇌전증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발작 상태가 아니면 뇌파가 정상으로 잡히기 때문인데, 실제로 환자의 30-40%는 처음 시행한 뇌파검사에서 음성으로 나타나며, 정상인 중 1-2%에서도 뇌전증파가 나타난다.

◇뇌졸중 증상으로도 경련 나타날 수 있어= 경련은 급성 뇌졸중의 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고, 뇌졸중 치료 중 만성적인 합병증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뇌졸중이 발생한 직후(대부분 48시간 이내)에 발생하고 대부분의 환자는 1회 발생 후 재발하지 않는다.

뇌 외상 후 뇌전증은 외상 직후(24시간 이내), 외상 후 초기(1주일 이내), 외상 후 후기(1주일 이내)에 발생하는 경련으로 구분된다. 대부분은 외상 후 후기에 발생하는 경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뜻한다. 뇌 외상 후 뇌전증은 원인이 밝혀진 뇌전증의 약 20%를 차지하고, 뇌전증 전문 치료센터 환자의 약 5%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뇌 외상 후 뇌전증 환자의 80%가 뇌 외상 후 1년 이내에 첫 번째 경련을 경험하며, 약 90%의 환자가 2년 이내에 경험한다.

◇약물치료로 발작 조절 가능= 뇌졸중 후 뇌전증의 치료 방법은 대부분 약물치료이며 60-70% 환자의 발작을 조절할 수 있다. 이 외에 수술치료를 고려할 수 있는데 먼저 약물저항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2년 간 최소 2가지 이상의 약물을 충분히 투여했음에도 재발된 경우에는 약물저항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 때에는 수술치료, 미주신경(심장, 인두, 성대 내장기관 등에 분포해 부교감신경, 감각 및 운동 신경의 역할을 하는 신경)이나 대뇌 깊은 부위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방법을 고려한다.

약물치료에 반응하는 60-70%를 제외한 나머지 30-40%는 약물저항성 뇌전증에 속하지만 이들 모두가 수술치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어서 수술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수술은 뇌전증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대표적 부분발작인 측두엽뇌전증의 경우 65-85%까지의 성공률을 보이며, 그 밖의 부분발작은 40-60% 정도이다.박영문 기자

·도움말 =조성래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신경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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