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들어서 인류는 레이저, 방사광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빛을 가지게 되면서 이전에는 접근이 어려웠던 미시 세계에 대한 이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전자파를 매개로 한 무선통신의 발전으로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됐다. 빛의 대역에서 가장 파장이 큰 적외선 대역과 전자파 대역에서 가장 파장이 짧은 밀리미터파(mm wave) 대역 사이에 존재하는 전자기파 대역을 테라헤르츠(THz)라고 하는데, 이곳은 그동안 인류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미개척지였다. 이제 기술의 발전으로 테라헤르츠 대역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용광로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테라헤르츠파(THz wave)는 안전한 비전리 방사선이면서도 분자 수준의 정보를 정확히 읽는데 최적이며, 분자 식별 기술을 활용하면 암과 건강한 조직을 확연히 구별할 수 있어 질병의 초기 병명이나 근원을 진단하는 획기적인 조기진단에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최근 5G 이동통신을 위해 밀리미터파 대역을 이용해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위한 주파수 정책이 펼쳐지고 있는데, 향후 테라헤르츠 대역으로 주파수를 확장하게 되면 기존 대비 훨씬 넓은 무선 송수신 대역폭을 제공하므로 초연결 사회를 실현시킬 수 있는 필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마지막 초고주파(RF) 대역인 테라헤르츠 주파수 대역을 다룰 수 있는 첨단 반도체 전자소자를 개발하게 되면, 초고속 컴퓨팅, 분광영상, 고감도 센싱 시스템 및 대용량 무선통신 서비스가 실현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성능-고집적-저가격-초소형 테라헤르츠 반도체 전자소자를 기반으로 휴대형 테라헤르츠 응용 시스템 개발이 가능할 것이며, 테라헤르츠 원천기술과 고부가가치 ICT 기술의 융합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한축을 담당할 초고주파 대역의 소자, 부품, 모듈, 시스템 시장의 진입 및 선점도 가능할 것이다.

유럽의 경우, 20년 전부터 다국적(영-불-독-이 등)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수행했으며, 최근 Dot 5 project (0.5 THz 대역 전자소자 개발)를 잘 확보된 반도체 공정과 신구조의 설계기술 및 우수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DARPA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세계적인 국방부품업체인 Northrop Grumann사에서 초고속 반도체 전자소자를 개발하고 있으며, NASA에서는 테라헤르츠 연구개발을 본격화 하면서 ISSTT (International Symposium on Space & THz Technology)를 주관해 테라헤르츠 대역의 소자/부품/시스템 및 산업화 그리고 우주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의 NTT에서는 2000년 초부터 120GHz 대역에서의 무선통신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으며, 2016년도에는 8K급 영상을 1.3Km 거리에서 전송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파통신(ITU-R) 부문의 연구반에서는 테라헤르츠 대역의 기술적 운용적 특성과 응용을 논의하고 있고, 2019년 국제전파통신총회(WRC)에서는 275-450GHz 대역에서의 주파수 지정검토 의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이와 같이 테라헤르츠 대역의 기술은 소재, 부품, 시스템, 전파정책에 이르는 신융합 기술로써 초기 투자비용과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민간보다는 국가 주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도 국가 혹은 국가 간의 연합형태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후발주자로 시작하지만 도전적 연구 영역을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 주체간의 벽을 허물고 유기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의 창의적인 기초원천기술과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산업체와 출연연에서 이룩해 놓은 반도체 및 ICT 기술과 경험을 살려 산·학·연이 함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함으로서, 향후 테라헤르츠 반도체 기술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술로서 새로운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날을 상상해 본다.

엄낙웅 ETRI ICT소재부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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