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30위 안팎의 `코오롱` 그룹을 이끌어온 이웅열 회장.

최근 그의 깜짝 선언이 주는 울림이 작지 않다.

마흔 살이던 1996년 회장직에 오른 그는 23년이 지난 올해를 끝으로 회장직을 비롯, 계열사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임·직원들에게 밝혔다고 한다.

`코오롱` 경영에 손을 떼고, 진갑을 넘긴 나이에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다는 것.

이른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온 그이고, 소시민들은 그런 그의 삶이 관심 대상에서 벗어난 `딴 세상 사람`으로 인식을 해왔기에 부족할 것 없었던 그의 경영 일선 퇴진 소식이 신선한 자극을 준다.

그는 "제 나이 마흔에 회장 자리에 올랐을 때 딱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고, 나이 60이 되면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자고 작정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3년이 더 흘렀다"며 "그 동안 금수저를 꽉 물고 있느라 입을 앙 다물었다. 이빨이 다 금이 간 듯하다.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는다"고 회장 사퇴의 변을 내놨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세상이 변하고 있고, 변하지 못하면 도태 된다`는 어찌 보면 평범한 경제 원칙에 자신이 변화의 걸림돌이라는 생각에서다.

코오롱호의 운전대를 잡고 앞장서 달려왔지만 앞을 보는 시야는 흐려져 있고, 가속 페달을 밟는 발엔 힘이 점점 빠지는 등 한계에 다다른 그가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그를 지배했다.

자신이 떠나 변화와 혁신의 빅뱅이 시작된다면 자신의 임무는 완수, 떠날 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그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불가실`이란 사자성어를 남기고 떠났다.

`때는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때를 놓쳐서는 안 됨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는 그는 회장 직함에서 청년 창업가로 변신해 원 없이 해보고, 마음대로 안 되면 망할 권리까지 얘기하고 있다.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시대정신은 요즘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우리 시대 청년들, 나아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귀담아 들어야 할 큰 메시지처럼 들린다.

가사가 딱 와 닿아 즐겨 불렀다는 그의 18번인 윤태규의 `마이웨이`가 `시불가실`에 실려 귓가에 맴돈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