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치권 부활 전제 정계개편 필요성 증대

또 신당설이 불거지는 것을 보니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차기 총선이 1년 5개월 이상이나 남았지만 정계개편론이 자고 일어나면 갈래가 퍼지는 등 점차 그럴듯한 논리로 확대 재생산 되는 모양새다. 벌써부터 누가 어떤 필요에 의해 제기하는 것인지 명확치는 않지만 이는 곧 정치권 자체의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동시에 정계개편의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떠도는 정계개편론은 여러 갈래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지만 종착점은 보수 정치권의 부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독주가 지속되는 현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명박 대통령 구속 등으로 빈사지경에 처한 보수 정치권으로서는 신당을 통한 이합집산 등 정계개편을 통해 면모를 일신해야 할 처지다. 지난 대선에 이어 다가올 2020년 총선에서도 보수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다면 급속하게 몰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만큼 신당 창당이나 정계개편론의 진원은 보수 정치권, 특히 자유한국당이라 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중순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월 전당대회로 이어지는 한국당의 정치일정은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탠다. 현재 한국당은 범야권을 모두 아우르는 보수대통합을 내걸고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역시 한국당 내 일부 친박세력과 `태극기부대` 등을 제외한 중도개혁통합론으로 맞서고 있다.

첫 번째 변곡점은 당장 인적쇄신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 등 지도부와 친박계 간 갈등이다. 이미 영남권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분당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행보로 사정은 복잡하다. 두 번째는 원내대표 경선이다. 친박계가 득세하느냐, 비박복당파로 귀결되느냐에 따라 이합집산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노선투쟁이 격화되면서 당의 분화가 이뤄질지 바른미래당을 포함한 대통합의 물꼬를 트게 될지의 가늠대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끝나는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국당의 진로는 한바탕 요동이 칠 듯하다. 차기 대표는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막대한 권한을 갖고 있기에 어느 계파의 인물이 당선되느냐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공천파동에 따른 당의 분열은 총선 패배로 이어졌고 급기야 대통령 탄핵과 정권 헌납이란 아픔을 겪었다. 어느 쪽이든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이들 정계개편론이 다분히 인위적, 정략적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작 국민이 보수 정치권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현 보수정당의 가치와 지향점이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담보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시대정신을 구현할 담론보다는 그저 밥그릇이나 챙기고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계산부터 앞세우고 있다는 감이 짙게 배어 나온다. 누구 하나 진정한 보수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점은 정계개편의 진정성을 잃게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은 뭉쳐서 치르고 총선은 갈라져서 치른다는 말이 있다. 가치나 이념에 관계없이 그 때 그 때 당을 만들어 선거에 임하는 것이 우리 정치권의 민낯이었다. 노선이나 신념도 없이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하거나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뭉쳐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현재 군불 때기가 진행 중인 한국당 발 정계개편론이 총선을 겨냥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보수의 중심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정립하고 그에 걸맞게 인적청산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다면 총선 때만 반짝하는 일회성 신당만 또 몇 개 추가될 뿐이다.

김시헌 천안아산취재본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시헌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