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닮은 동네가 있다. 대전시 서구 기성동이다. 산세와 도랑이 심장의 근육과 혈관처럼 보인다. 낮은 구릉으로 둘러싸인 내륙분지며 배산임수 지형을 띄고 있다. 장태산과 구봉산이 자리하고 있으며 갑천이 흐르고 있다. 장태산은 전국 유일의 6200그루 메타세쿼이아 숲이다. 절경이며 힐링 그 자체다. 기성동은 역사적으로도 유래가 깊다. 백제시대에는 진현현, 고려시대에는 기성부에 속해 있었고, 조선 초기에는 진잠현에 속해 있었다. 지금은 흑석동, 매노동 등 법정동 10개와 60여 개의 자연부락으로 이뤄져 있다. 인구는 4000여 명, 주업은 농업, 면적은 서구의 52%를 차지할 정도로 광활하다.

필자는 30여 년간 공직생활을 한 환경직 공무원으로 지난해 7월 기성동장으로 부임했다. 그래서인지 유독 환경분야가 눈에 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쾌청한 하늘을 보는 것이 운 좋은 하루가 되는 시대가 됐다. 미세플라스틱이 천일염에서 발견됐다는 뉴스로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소금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정말 놀라웠다. 절경이 즐비한 기성동도 환경오염 문제는 예외일 수 없었다.

기성동 첫 출근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주요 도로변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곳곳에 불법투기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행락객들의 불법투기, 지역이 넓다 보니 제때 수거되지 않는 배출쓰레기, 그 자리에 또 쌓이는 불법투기 쓰레기 등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우리는 건강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느끼고 나서야 환경을 돌아보지만, 이미 누군가는 피해를 본 뒤다. 눈앞에 닥치지 않은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미리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경문제를 해결키 위해 지역 주민과 많은 토론과 회의 등을 거쳤다. 그 결과,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환경지킴이를 발족했다. 매주 주민들이 불법투기자를 잡기 위한 순찰을 하고, 환경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종시에서 기성동까지 와 불법투기하는 자를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한 일은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덕분에 지금은 불법투기 쓰레기를 찾기 어렵다. 이밖에 마을별 쓰레기 배출장소 정비, 민관합동 농약빈병 수거 체계를 구축해 환경오염을 원천봉쇄했다. 이 곳 통장들은 참 부지런하다. 손수 농약 빈병을 수거, 매각하고 매각 대금은 환경정비에 재투입하는 선순환 체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또 몇 개의 마을에서는 쓰레기의 악취 및 적체로 인한 미관훼손을 해결 코자 자비를 들여 컨테이너형 쓰레기 배출함을 만들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역문제는 주민스스로 해결한다.`는 주민자치 활성화의 계기가 됐다. 기성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심장을 닮은 동네, 생명의 숨결이 용솟음치는 이곳이 참 좋다. 참, 얼마 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장태산을 다녀간 적 있다. 이 외에도 한나절 코스의 물놀이 유원지, 세월을 낚은 강태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영화 `명당`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 조승우는 "사람을 묻을 땅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땅을 찾아야지"라고 얘기한다.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사람을 살리는 땅 기성동으로 나들이 가보는 건 어떨까. 박문규 대전 서구 기성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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