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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와인감상] 샤또 스미스 오 라피트

2018-11-29기사 편집 2018-11-29 08: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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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바로 아래 붙어 있어 접근성이 좋은 그라브 와인 지역에서 투자와 마켓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와이너리가 샤또 스미스 오 라피트(Smith Haut Lafitte)입니다. 이 샤또는 보르도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10킬로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한 마르띠약(Martillac) 동네 위쪽에 72헥타르 포도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포도원이 출범한 1365년을 와인 캡슐에 자랑스럽게 표시한 이 샤또의 이름은 18세기 중반 스코트랜드 출신의 와인판매상 조르쥬 스미스(Georges Smith)가 본인의 이름을 넣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소유주를 거치며 침체기를 겪다가, 1990년 프랑스 스키 국가 대표 출신 스포츠용품 유통사(GO Sports)의 창립자인 다니엘 까티아르(Daniel Cathiard)가 인수하면서 대대적인 투자로 변화를 시도합니다.

목조로 지어진 멋진 탑에 매료되어 샤또를 인수했다는 까티아르 부부는 건물외관을 18세기의 모습으로 복원했습니다. 위성을 활용한 수확시기 선정, 기계 수확을 100% 손수확으로의 변경, 광학 분류장비에 의한 포도 선별 등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와인 생산은 줄었지만 평판이 올라가면서 매출은 오히려 늘어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특히 2009년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으면서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었습니다.

까티아르 가족은 와인 생산에만 머무르지 않고 와인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큰 딸 마틸드(Mathilde) 부부는 1993년 코달리(Caudalie) 연구소를 창설하여, 포도씨와 줄기에 다량 함유된 폴리페롤의 항산화 작용을 활용한 노화 방지 화장품을 개발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1999년 샤또 옆에 설립된 '꼬달리 호텔 & 스파'는 둘째 딸 앨리스(Alice) 부부가 맡았는데, 와이너리의 포도 추출물과 온천수를 활용하여 세계 최초로 비노테라피(Vinotherapie)를 출시했습니다. 꼬달리 스파는 파리, 캘리포니아의 소노마 밸리, 이태리의 피에몬테, 타이페이, 스페인 리오하의 마르께스 드 리스깔 호텔, 뉴욕의 플라자 호텔 등에도 분점을 오픈했습니다.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 곳곳에 배치된 조각 작품들이 흥미를 유발했습니다. 짐 다인(Jim Dine, 미국)의 '보르도의 비너스(Venus de Bordeaux)', 와인의 신 바쿠스를 의미하는 토끼가 뛰어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배리 플래나건(Barry Flanagan, 아일랜드)의 환대(Hospitality), 찰스 해드콕(Charles Hadcock, 영국)의 '비틀림(Torsion) 2' 등입니다. 까티아르가 포도나무의 덩굴손이 연상되어 구입했다는 '비틀림 2' 구조물 안에는 훌륭했던 2009년 빈티지를 기념하여, 매그넘 한 병이 놓여져 있습니다.

샤또 스미스 오 라피트는 그라브에서 레드와 화이트 와인 모두 크뤼 클라세 등급을 받은 6개 와이너리 중의 하나입니다. 시음 와인으로는 레드 2011년과 화이트 2013을 맛 보았습니다. 레드 와인은 이 샤또 특유의 훈연향과 바닐라 향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매력적인 맛이었습니다. 오메독 와인에 비해서 메를로 비중이 높기에 조금 일찍부터 시음적기가 시작됩니다.

시음실에 가기 직전에 돌아본 저장고에 진열된 1878년 빈티지 등 오래된 와인병 전시 공간 옆의 우리나라 미디어 설치작가 안철현의 2008년 작품(우물/Well 3)이 반가웠습니다. 약 20년간 와이너리 변혁에 온갖 열정을 바친 샤또 직원들에 대한 찬사를, 거울을 이용해서 끝없이 이어지는 우물 안에 떠있는 와인 병과 전등의 배치로 멋지게 표현했습니다.

ETRI 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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