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줄읽기]삶은 계속된다 외

◇삶은 계속된다(루트 클뤼거 지음·최성만 옮김)=1931년생,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가장 어린 유대인, 얼어붙은 기억을 반세기 만에 녹인 여성 피해자, `마지막 생존자`라는 그럴싸한 꼬리표를 노골적으로 불쾌해하는 역사의 증인,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하고 한참 뒤 `가해자의 언어`를 다시 꺼내 쓴 독일문학연구가, 날카롭고 간명하고 유려한 문체로 독자에게 에두름 없이 말을 거는 작가, 루트 클뤼거.

`삶은 계속된다`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클뤼거의 대표작으로, 나치가 지배한 어린 시절과 소녀 시절을 유대인이자 여성, 어린아이, 딸, 문학 독자의 관점에서 기록한 기념비적 증언문학이다. 또한 지금도 유럽과 미국에서 국가폭력 피해자의 경험과 기억, 사후 영향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다. 문학동네·384쪽·1만 5000원

◇결국 이기는 사마의(친타오 지음·박소정 옮김)=사마의에게 가장 주목할 점은 바로 타인의 장점을 잘 습득한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사마의의 수많은 적수와 벗의 그림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마의는 의심 많은 조조, 교활하고 변덕스러운 조비, 은인자중하고 업무에 힘쓴 손권, 실력을 감추며 스스로를 보호한 가후의 모습과 심지어 제갈량의 공격과 행군 진법까지 보여준다.

세상에 순백의 여우는 없다. 그래서 백여우의 겨드랑이 가죽을 모아 갖옷을 만든다. 그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여러 사람의 장점을 골고루 갖춘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군웅이 할거하던 삼국시대에 사마의는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고, 그것이 바로 사마의의 위대함이다. 더봄·576쪽·2만원

◇흉가(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김지현 옮김)=현대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이자 고딕 소설의 대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대표작. `좀비`, `그들`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오츠의 이번 작품은, 여성 작가로서의 문제의식과 고딕 호러라는 장르적 요소가 만나 탄생한 작품이다. 비밀을 간직한 어린아이, 낯선 남자에게 모델 제안을 받는 소녀, 아픈 강아지 비비, 폭력적인 형과 함께 사는 형수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이 단편집은, 폭력과 부조리 속에 은폐된 욕망을 전율하는 공포로 형상화했다. 민음사·512쪽·1만 6000원

◇붕괴의 다섯 단계(드미트리 오를로프 지음·홍기빈 옮김)=경제 위기, 정치의 무능, 자원 고갈, 기후 변화에 직면하여, 불확실한 미래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와 있다. 많은 이들이 자각하는 미래란 심각한 장기 불황에서 문명의 붕괴까지, 암울한 그림을 담고 있다. 이 거대한 위기 앞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온전한 정신과 건강, 인간성을 지키며 이 시대의 광범위한 변화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드미트리 오를로프는 이 책 `붕괴의 다섯 단계`에서 사회 붕괴 과정에 분류학 작업을 취해, 이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오를로프는 붕괴 과정을 1단계 금융 붕괴, 2단계 상업 붕괴, 3단계 정치 붕괴, 4단계 사회 붕괴, 5단계 문화 붕괴, 이렇게 다섯 단계로 정의하고, 우리가 각각의 단계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으며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이정표로 삼을 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궁리·496쪽·2만 5000원

◇어쨌거나 마이웨이(안드레아 오언 지음·임가영 옮김)=인생은 짧고 장애물은 많다. 사람들 때문에 힘든데 나 자신의 불안과 부정적인 생각들까지 상대해야 한다. 그러느라 자신을 사랑하란 얘길 들어도 작은 상처 앞에 금세 작아지고 만다. 이런 고민에 시원스레 답하는 이 책은 나답게 멋진 인생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지금 당장 적용가능한 실천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쨌거나 마이웨이`는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할 때의 기쁨으로 시선을 돌릴 힘을 준다. 이 책의 지혜를 통해 유쾌 통쾌한 마이웨이 인생으로 들어서자. 홍익출판사·288쪽·1만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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