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커밍] 미셸 오바마 지음/김명남 옮김/웅진지식하우스/564쪽/2만2000원

뭔가 하기만 하면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여성이 있다.

입었다 하면 패션의 아이콘이요, 입을 열었다 하면 명연설가요. 여기에 TV쇼에 나가서 춤을 선보이는가 하면, 차 안에서 팝송을 부른다.

백악관을 친근한 곳으로 탈바꿈 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이야기다.

미셸이 자서전(비커밍) 을 쓴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이 책은 출판 즉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31개 언어로 번역돼 지난 13일 전 세계에서 동시 출간했지만 이미 9일부터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예약 판매 덕분이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내가 되기(becoming me), 우리가 되기(becoming us), 그 이상이 되기(becoming more)다. 책의 전반부는 미셸이 어릴적 살았던 시카고의 사우스사이드에서 자란 이야기와 특유의 성실함과 승리욕으로 명문 프린스턴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인턴으로 온 하버드 로스쿨 후배 버락 오바마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담겨있다.

미셸은 버락에게 끌리면서도 애써 그를 마음속에서 밀쳐냈지만 버락의 행동은 거침없었다고 기술한다. 어느날 밤 버라기 아이스크림을 먹다 말고 "키스해도 되나요?"라고 묻는 순간 그녀의 인생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선다. 곧 이어진 사내 연애와 결혼, 난임 치료의 고통을 홀로 견뎌냈던 일들까지.

그녀는 말한다. "가족을 원했다. 하지만 나는 혼자서 집 욕실에 앉아 내 허벅지에 주삿바늘을 꽂을 용기를 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버락이 흔들림 없이 정치에 몰두하는 데 대해서 처음으로 희미한 분노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미셸은 그동안 쉽게 말할 수 없었던 이런 내밀한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털어놓는다. 여기에 `독박 육아`로 버락과 싸워야 했던 여성으로써 고통을 들려주는 한편, 인생의 목적을 고민하게 된 혼란을 생생하게 고백한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몰라서 혼란스럽다. 혼란을 안긴 버락이 고마우면서도 미웠다."

자신의 꿈이 뭔지도 모르고, 좋은 직업을 위해 내달리던 모습과 실패들을 솔직하게 고백하는가 하면, 아버지와 친구의 죽음으로 깨닫게 된 인생의 의미를 묵직하게 전한다.

특히 버락이 뜻밖에 정치적 인기를 얻고 결국 대통령이 되면서 그 과정에서 있었던 수많은 음해와 고통, 소회를 전한다. 휴가지에서 갑자기 아이가 아파서 급한 표결에 참여하지 못해 정치적으로 큰 손해를 봤던 사례, 버락 출생에 대한 트럼프의 근거없는 의혹 제기, 트럼프가 당선 된 뒤에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까지.

미셸은 단지 퍼스트레이디라는 아름다운 꽃으로 남지 않았다. 백악관을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시켰고, 건강한 식단을 알리기 위해 텃밭을 일궜으며, 식품 회사와 싸웠다. 그녀 말마따나 퍼스트레이디는 공식 직함도 아니고 연봉도 없지만 그녀는 TV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처럼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미셸과 친해진 느낌을 받을 것이다. 마치 옆에서 말을 해주는 것 처럼 문체가 생생하기 때문이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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