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화 전시기획이나 미술교육에서 동양화에 대한 위기론과는 별개로 수묵화에 대한 대규모 전시기획(전남수묵비엔날레 2018. 9.1-10.31)이 열렸다. 미술사의 발전으로서 동북아시아 미술의 보편적 양식의 다양한 발전양식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묵이라는 양식이 현대미술의 형식과 내용에 대한 어떠한 의미와 미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것에 대해서는 여전이 아쉬움이 많은 전시였다. 이미 90년대 후반 중국미술의 미래전략으로 심천수묵비엔날레를 추진하고 현대미술의 한 추동력으로서 수묵에 대한 확고한 전략과 방향, 그리고 다양한 가치와 세계를 포섭한 중국의 전략과는 비교되는 지점이다.

등소평의 남순강화이후 자신의 세계화 전략을 자국미술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과 그것을 통한 세계미술의 해석이라는 방향 아래 홍콩과 인접한 작은 어촌인 심천을 수묵비엔날레라는 이름으로 특화하고 체계적인 전시를 시도하면서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 소치와 남종화, 그리고 예향으로 지칭되는 남도미술의 정통성과 역사성으로 볼 때 수묵비엔날레는 그러한 시도의 첫 출발점이라 생각된다. 수묵비엔날레는 역사적 현실로서의 현재성에 중심을 둔 수묵이라는 자신의 출발점에 대한 엄밀한 의미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수묵이라는 한 형식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수묵은 시대적 변천에 따라 동시대 예술의 관념 중 하나를 총결하는 양식으로서 전근대와 근대, 현대성이라는 통합된 관념의 표상이 되었다. 그러나 보편적 감수성과 세계관, 현실의 가치들이 미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대예술에서 수묵은 삶과 감각의 구체성에 밀착한 보다 생생한 것을 요구 받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어떤 것이고 무엇이 그것을 의미 있게 구성하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전통에 대한 반성과 부정, 방법적 탐구 속에 얻어지는 결론 등이 수묵이나 동양화라고 지칭되는 것에 요구되고 있다. 그것은 결국 세계에 대한 나의 인식과 표현이 정체성을 가진 실존인가에 대한 자기확인인 셈이다.

수묵은 상징성만큼 이나 동시대 현대미술로 변환하고자 하는 시도에서부터 고통스런 정체성에 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전통양식의 자기화와 현대적 지평에 대한 개방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하고 그것이 현대한국미술에서 한국화에 주어진 급선무이다. 우리가 알았고 감동했던 수묵은 전통의 조형을 새롭게 한 현대미술에 대한 유효한 어떤 것, 새로운 초월의 한 형식으로서의 수묵이었다. 수묵화를 생각하면서 우리 미의식이 가지고 있던 초탈한 해학과 골계, 세계미술의 새로운 한 형식은 비엔날레라는 전략적인 지원과 추진 이외에 보다 근본 대한 자의식과 실천이 전제되어야 한다. 수묵의 한 형식은 삶이 현재성에 대한 미술의 자의식 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철하(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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