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이들을 일컫는 표현들은 계속 변해 왔다. 20세기말에는 오렌지 세대, X 세대 등의 용어들이 등장했고, 이어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는 Y세대 등도 등장했다. 그 이전의 세대와 다른 소비문화와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진 젊은이들의 등장 혹은 정보화 사회의 젊은 세대를 일컫는 용어들이었다. 긍정적인 의미만을 내포하는 용어들은 아니었지만 이전과는 달라진 새로운 가치관과 문화를 가진 세대를 강조하는 용어였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요즘 21세기에서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일컫는 표현들은 상당히 느낌이 달라졌다. 젊은이들의 능동적인 특징이나 그들의 문화 등을 반영하기보다는, 사회 현실로 인해 나타난 젊은이들의 삶에 지친 모습을 묘사하는 단어들이 많이 등장했다. 흙수저,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 5포(3포 외에 취업을 못해 인간관계와 집도 포기), 7포(5포에 추가적으로 꿈과 희망을 포기), N포(모든 것을 다 포기),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등이 오늘날의 한국의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일컫거나 지칭하는 표현들이다. 이러한 젊은이에 대한 표현의 변화는 현재의 한국 사회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2015년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의 논문에 의하면,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그 결과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한국 사회가 산업화 세대에서 정보화 세대로 넘어오면서 계층의 고착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여러 국가들의 10억 달러 이상의 부자들을 조사했는데, 한국의 부자들의 거의 4분의 3은 상속이나 증여로 부자가 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비율은 미국의 2.6배, 일본의 거의 4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1336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 성인의 90.3%는 금수저, 흙수저 등의 부모의 재력에 따른 수저계급론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고, 단지 9.7%만이 수저계급론을 허구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성공 요인도 질문했는데, 37.1%로 1위를 차지한 답은 `경제적 뒷받힘과 부모의 재력`이었다. `개인의 역량`은 18.1%로 2위를 차지했다.

아직은 한국의 사회이동성이 우려한 만한 수준은 아니란 주장들도 일부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사회이동성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취업의 장벽 앞에서 자신이 가진 수저의 색깔을 확인하고 있다. 부모의 직업을 세습하는 사례들이 버젓이 공공부문에서 일어나기도 했으며, 은행과 민간기업들의 각종 채용 비리 등에 관한 기사들도 여러 번 신문을 장식했다. 대학 입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고등학교 생기부 등을 부모가 직업을 통해 조작하는 사건들도 매년 발각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제는 사회이동이 막힌 신계급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사회이동성이 점차 줄어들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수저계급론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해외의 젊은이들과 달리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실력이나 능력보다는 사회경제적 배경 등이 취업이나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언론에서 등장하는 여러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으로 일부만이 발각되었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시각이다. 사회의 불공정과 불평등, 노력해도 안 된다는 인식은 저출산의 원인이기도 하다. 어차피 내가 흙수저라면 나의 자식도 흙수저가 될 것이고, 꿈을 꾸어도 끝까지 꿈일 뿐이라면 미래를 설계하고 노력하기에는 힘이 빠진다.

젊은이들이 꿈을 꾸고 이를 이룰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 수저계급론이 더 심화되고 고착되기 전에 사회 불공정의 이유들을 보다 다각적으로 면밀히 검토하고, 관련된 여러 대책들을 시스템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대학 입시나 취업 등 여러 다양한 사회이동 사다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찾고 그 타당성과 도입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황혜신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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