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배려하는 사회 물려줘야

11월이 되면서 학교도 서서히 그동안의 교육 성과를 정리하고, 한해의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새 학기에 세웠던 교육과정의 운영 성과도 평가가 이루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떠나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학교는, 교사들은 어른으로서 역할을 다 하고 있을까?

중리초등학교는 대전시 대덕구에 위치한 대전형혁신학교다. 2016년 지정돼 올해로 3년차를 맞고 있다. 기본적인 교육과정은 다른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민주적·도덕적 생활공동체`라는 운영과제에 따라 학생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급다모임, 학년다모임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모임에서는 학생들 간의 어려움이나 학급 또는 학년 공동의 문제 그리고 학교에서 실시할 각종 행사의 방향을 정한다. 학생 다모임을 통해 스스로 주체가 되어 문제를 제기하고, 토의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방안을 도출해 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참여하고 실천하기를 경험한다.

이러한 교육활동은 학생을 훈육이나 교육의 대상으로 머물게 하지 않고 교육의 주체로서 모든 개개인이 자유롭고 존중받는 대상으로 사람과 더불어 소통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고 연습이 된다.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수용하는 교사와 학교장의 적극적인 노력이 민주적인 공동체 삶을 실천하는 본보기이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학교와 교사들을 적극적으로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의 매력적인 한 방법이라 여겨진다.

요즈음 언론과 정치인들을 통해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 말은 같은 상황을 두고,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평가했던 것과는 다르게 남이 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고 다르게 해석하고 보는 모습을 지적하는 말임을 잘 알 것이다. 특히 진실여부와는 상관없이 서로 주장이 옳다고 목청 높여 주장하는 모습을 보면 민주주의를 앞서 경험한 어른이자 학생들의 앞에 서서 교편을 잡고 있는 교육자로서 배움과 실천이 이분화 된 현실에 마음 아프고 부끄러워진다.

`잘못이 있으면 남의 탓을 하지 않고 자신에게 돌이켜 그 원인을 찾는다`는 뜻의 `반구저신`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일의 잘못된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서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70여년 동안 노력해왔다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체득시키고, 실행시킬까.

이제는 서로가 내주장만 앞세우기보다는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왜 이런 문제가 일어났을까?`에 초점을 맞추어 서로가 고민하고, 다양한 의견과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의 원인을 찾아 문제 발생 집단 안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성숙된 민주주의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당장 모두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기에 현재의 법과 실제 생활과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 법은 상식과 일반성이 반영되어 상호간 질서를 지키기 위해 만든 최소한의 규범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와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기에 다소 공감하기 어렵고 잘못된 법이나 사회 상규가 존재한다. 잘못된 법이라도 우선은 지켜야하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구성원들이 공감할 만한 방향으로 고쳐나가야 한다.

권리만이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공동체 의식, 책임의식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권리를 주장하는 만큼 의무도 다 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을 보여줄 때 서로를 신뢰하며 보호하고 존중하는 아름다운 사회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익혔듯이 나의 이익과 권리만 주장하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와 배려로 감싸주고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해 세상의 이치를 실천하는 어른다운 모습을 보이자.

이영석(대전중리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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