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탓 기부 저조…소외계층 힘겨운 겨울나기

희망차게 맞았던 무술년(戊戌年)도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새해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이 코앞이다. 유통가와 여행업계에서는 연말 시즌을 앞두고 각종 상품 출시 등 고객 잡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직장인들도 송년회 약속으로 벌써부터 스케줄이 빼곡해진다. 수능을 치른 수험생 등 여기저기 들뜬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 겨울 유난히 강한 한파가 예고되며 소외 계층에게는 더욱 힘든 겨울나기가 예상되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위축까지 겹쳐 이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도 예전만 못하다는 게 또 하나의 걱정거리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기부금 감소 등 기부문화 위축이 바로 그것.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전시지회에 따르면 소외계층의 난방비 지원 등을 위한 착한가게 신규 가입 규모는 지난해 97곳에서 올해 17곳(지난달 현재)으로 80곳(82.4%)이 줄었다. 2016년은 62곳, 2015년은 86곳이 가입했다. 올해 가입규모는 착한가게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최저치이다. 해지 신청 건수는 도리어 늘고 있다. 2016년 34건, 2017년 47건, 올해 57건으로 3년 새 67.6% 증가했다. 착한가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기부 캠페인이다. 매달 3만 원 이상 정기적인 기부를 약정하면 어느 점포라도 가입이 가능하다. 기부금은 결식아동 식사비, 불우이웃 병원비, 홀몸노인 냉·난방비 등으로 사용된다. 명절 시즌 진행하는 모금캠페인 규모도 반 토막이 났다. 올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모인 모금액(현금 기준)이 전년 동기 모금액인 1억 2600만 원에서 6300만 원으로 줄어 50%가 감소했다.

이처럼 기부문화가 위축된 것은 경기불황의 영향 탓이다. 소외계층은 그대로인데, 기업들의 재정여건과 개인 가게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선뜻 나눔을 실천하기 힘들어졌다. 올 겨울 매서운 한파가 소외계층에게는 더욱 차갑게 다가오는 이유다. 양극화·소득 불균형 해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변 이웃에 대한 작은 손길이 절실한 요즘이다.

때마침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중심으로 지난 20일 `희망 나눔 캠페인`이 시작됐다. 걱정되는 것은 기부 문화가 위축되며 공동모금회의 모금목표 달성이 성과를 거둘지 여부다. 분명한 것은 기부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돈을 쾌척한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배달일, 보따리 장사 등 어려운 여건 속에도 나눔을 실천해 감동을 준 이들이 적지 않다. 오히려 생활 여건이 넉넉지 않은 이들이 다른 이의 처지를 더 이해하고 도움의 손길을 전한 셈이다. 결국 기부는 경제 여건이 풍족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나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것이 작은 나눔이라도 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전일보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전시지회가 공동으로 `모아요 외국동전, 나눠요 이웃사랑`이란 캠페인을 시작해 관심을 모은다. 잠든 돈으로 치부되는 외화 잔돈을 모아 기부로 전환하자는 게 핵심이다. 모인 외화 잔돈은 지역 소외계층이나 다문화 가정에 전달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대전지역 금융권, 사회복지단체, 대학 등에서 외화 잔돈 기부에 공감하며 동참을 위한 내부 논의에 나서는 등 지역차원의 기부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민 여론도 긍정적이다. 주부 홍나영(45·충남 논산시) 씨는 "외화 잔돈은 재사용하기도 마땅하지 않고 환전하기도 쉽지 않아 집에서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무용지물로 방치하기보다는 좋은 뜻에 보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외화 잔돈 기부이벤트가 시작되면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외화 잔돈 모으기가 위축된 기부문화에 새 바람을 일으키며 블루오션으로 작용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나아가 캠페인의 지속성과 연착륙을 위해 관심과 동참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맹태훈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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