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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이야기] 점진적인 순화로 이어져야 할 한자어 사용

2018-11-22기사 편집 2018-11-22 07: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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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이은 부고에 지친 마음으로 며칠을 보냈다. 사람과의 거리에 상관없이 부고는 늘 그 사람과의 기억을 정리하게 만든다. 그리고 상을 치르는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기도한다. 친구의 어머님이 갑작스레 돌아가시는 일이 있었고, 석사 논문을 지도해주시던 은사님의 어머님이 하늘의 부름을 받아 가셨다. 두 분 모두 평안하시길 바라며, 이 글은 장례에 관한 표현 몇 가지를 두고 써 내려가고자 한다.

아직도 '부음(訃音)'이라는 용어는 '부고(訃告)'와 함께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이는 일본식 장례 용어가 남아 있어 혼용되는 것이므로, '부고'로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유독 장례 용어에는 일본식 표기나 왜곡된 표현이 많은데, 이에 '납골당'을 '봉안당'으로 '영안실'을 '안치실'로 '방명록'을 '부의록'으로 바꿔 사용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부고를 '궂김알림'이라는 순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하자고 한다. '궂기다'는 윗사람이 죽었음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분명 장례와 관련된 말들에 엄청난 한자어 사용이 되고 있다. 그러나 순우리말이라고 해서 한자어를 모두 바꾸려 하는 시도는 늘 조심스러워야 한다. '부고'로 너무도 잘 쓰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낯선 어휘를 활용한 말로 써야 할지는 재고해보아야 할 것이다.

장례와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 천안함 사건 때 모교에 분향소가 차려진 적이 있다. 당시 학과 예비역 동생들이 나누던 말을 잊을 수 없다. 빈소와 분향소의 차이를 설명하던 한 친구가 정확히 그 뜻을 설명하더니 괜한 말을 보태어 흠을 냈던 기억이 난다. 분향소는 '나눌 분(分)'자를 써서 여러 곳에서 혼백을 기리는 곳이라고 당차게 이야기하던 모습.

'빈소(殯所)'는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놓아두는 방'을 말한다. 그러므로 빈소는 한 곳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은사님의 어머님 빈소는 제주 서귀포시에 마련되어 있었다. '분향소(焚香所)'는 '영정을 모시고 향을 피우면서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곳'으로, 빈소와는 달리 여러 곳에 마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천안함 사건'이나 '세월호 사건'처럼 국가적으로 애도를 표할 일에는 시청이나 대학, 광장 등에 '분향소'가 마련되는 것이다.

우리는 '죽음'과 관련된 표현들을 종종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위에서 필자가 사용한 '돌아가다',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처럼 우리는 '죽다'라는 표현을 대부분 완곡하게 표현한다. '떠나다', '잠들다', '소천(召天)하다', '영면(永眠)에 들다'처럼 다양한 표현이 있다. 이 외에도 직접 말하기 꺼려지는 표현들을 다른 말로 바꿔 표현하곤 한다. 용변(用便)을 '볼일'로 쓴다거나, 부모를 가리키는 말로 '춘부장(春府丈)', '가친(家親)'처럼 예의적인 표현을 쓰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대체되는 단어들이 대부분 순우리말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하는 일부 입장이 있다. 한자어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나, 앞서 말하였듯이 잘 쓰이고 있는 말을 애써 낯선 말로 순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납골당'보다 '봉안당'을 사용하려는 변화에 우선은 만족해야 할 것이다. 평소에 잘 쓰일 수 있는 순우리말로 바꿀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무조건 한자어를 배척하기보다는 '많은 이들이 두루 편히 사용할 수 있는 말'을 위해 조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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