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유의 제사에는 상중의 우제와 소상, 대상, 담제 외에 시제, 다례, 기제, 묘제 등이 있다. 그중 묘제는 시조에서부터 모든 조상들의 묘소에 가서 지내는 제사로, 대개 한식이나 10월에 날짜를 정해 지내고, 이것을 대개 시제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어느 가문이나 10월 상달에 시제를 봉행하는데 숭조돈종이 퇴색되어 가고 있어 안타까움에 숭조위선 정신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숭조위선정신의 숭조돈종은 `조상을 숭배하고 종친끼리는 항상 두터운 정을 갖도록 하라`는 말이다. 이는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뿌리 없는 나무에 잎이 필수 없는 이치와 같이 사람의 기본 도리였다. 숭조위선 사상은 시조에서 시작해 대대손손을 거듭해 내려오면서 많은 조상의 사적이나 유적지가 있으니, 이를 잘 보존하고 다듬어서 빛나고 훌륭하신 조상의 행적을 본받는 것을 자손 된 도리라고 하여 후손들은 이를 추앙하는 것이며, 부모와 조상의 제사를 통해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자매 사이에 우애하며 일가친척 사이에 화목하게 가족애를 다지도록 한 것이었다. 그래서 일가는 백대지친(百代至親)이라 하여, 언제 어디에서나 형제와 숙질의 예와 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돈종의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 겨레는 예로부터 종친을 비롯해 친가든 외가든 혈족에 대해서는 끈끈한 정을 가지고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혈연을 맺어 왔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떠한가? 요즈음엔 가족구성원 형태에 따라 일가에 대한 올바른 관계를 지켜가지 못하는 경우뿐 아니라 숭조위선을 경시하는 태도가 날로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으며 개인주의 사상에 빠져 숭조돈종의 진실한 의미를 찾아 볼 수 없게 된지 오래 되었다.

그렇다면 왜 조상을 숭배하고 종친과 일가는 화목하게 지내야 하는 것일까? 한 사람인 개인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맺어지는 최초의 인간관계는 부모로부터 시작되며, 그것은 곧 `가족이 됨`을 의미한다. 가장 가까운 핏줄로 이어지는 가족은 그래서 그 어떤 관계보다도 중요해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한다. 헌데 이 핏줄을 따져보면 부모가 있기 이전부터인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 등의 손 위 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무수한 종친의 유래(由來)가 결국은 하나가 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이를 집합체로 보았을 때 가족이 모여 종친을 이루고 인류 역사와 민족사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 씨족역사이기 때문에 종친이야말로 일가 간에 친목을 도모하는 주체로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민족의 융화와 단결을 위한 기초가 되는 초석이 되는 것이다. 또한 조상의 제사를 어떤 기원의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직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정성과 공경을 다해 제물로 받들며 자손 된 도리를 다해 서로 화합하고 사랑하는 정신으로 나가는 일이라고 보았을 때, 부모와 조상의 제사를 통해 다시금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자매 사이에 우애하며 일가친척 사이에 화목하게 가족애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역사와 전통, 사상이 깃들어 있으며 살아 숨 쉬는 문화인 숭조돈종의 의미가 퇴색됨에 대해 이를 복원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첫 번째로 제사의 의의를 바르게 인식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우리의 전통적인 제사 의식을 바르게 계승해 제사가 미신이나 우상 숭배가 아닌 크게는 인류 화합을 도모하고 작게는 효도의 연장으로서 일가의 화친을 이루게 함을 알아야 할 것이고, 두 번째로 옛것, 조상의 것에 바탕을 두지 않은 신지식 새 문화는 뿌리 없는 나무와 같아서 고사하고 말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조상에 대해 존경심과 경외심을 갖고 이해하도록 하여 씨족과 종친의 긍지를 가지고 선조님들의 위업과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키도록 온고이지신의 교훈을 거울삼아 교육을 통해 후대에 인식을 고취 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며, 끝으로 종친회를 꽃이 핀 아름다운 나무와 같은 모임이라는 뜻의 화수회(花樹會)라고도 하는 것처럼 꽃나무와 같이 만개해 그 아름다움을 서로 나누는 모임이 되기를 기대하는 종친끼리 자주 연락과 왕래를 통해 교류하여 유대감과 친밀감을 다져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전통을 가지고 있는 민족으로서 동성동본은 백대지친이라는 동족화목의 사상을 중요시 해 왔다. 이는 흔히 동조동근이라 하여 조상을 나무뿌리에 비교하고 자손을 나무 가지에 비교하는 것과 같음이 그 까닭이며 `형제는 부모의 기운을 같이 받았으니 나무의 가지와 같다`라는 뜻의 동기연지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동기간은 물론이요, 크게 보면 조상은 하나이니 아무런 거래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이미 숙명적으로 주어진 종친들임을 인식하고, 우리는 서로 끈끈한 정과 사랑으로 맺어져 있으며 웃어른을 모시는 위계질서와 천성지친의 절대적인 관계에서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인위적으로 가정이 해체되고 인연을 끊을 수 없는 필수불가결의 위치에 있는 것임을 알고 이로 하여금 수신제가로 국가의 기초단위를 이루는 근본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화합하고 전진하는 세상안의 한 선조의 후손이기 때문에 분야를 막론하고 정진해 자신의 영광은 물론, 모든 종친과 혈족의 자랑이요, 나아가 국가에 이바지하도록 힘써 나아가야 할 것이다.

민병찬(한밭대 교수, 대전시 4차산업혁명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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