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길고양이 급식소, 겨울집 설치...대전시는 주민반대로 난색

유성구 봉명동에 있는 한 길고양이 급식소
유성구 봉명동에 있는 한 길고양이 급식소
지난 2014년부터 대전 유성구 봉명동에서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는 캣맘 김현정(25) 씨는 매일 밤 11시만 되면 아파트 단지에 설치해 놓은 길고양이 급식소에 밥과 물을 챙겨 주고 있다. 김 씨는 단순히 길고양이가 가엾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에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몇몇 주민들은 주로 `고양이 울음소리가 시끄럽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뜯는다` 등의 이유를 들며 김 씨를 제지했으며 고양이들을 해코지하기도 했다. 이는 김 씨가 낮이 아닌 인적이 드문 야밤에 고양이들 밥을 챙겨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당 지역에는 김 씨 외에도 캣맘 2명이 길고양이들 밥을 챙기며 활동하고 있다.

김 씨는 "겨울철에는 물이 얼고 날씨도 추워서 제대로 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는 고양이들이 많다"며 "대전시에서도 고양이 급식소 등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오갈 데 없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의 손길이 분주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에서 길고양이 겨울집이나 급식소를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대전의 경우 밥을 챙겨주거나 휴식처를 제공하는 등의 길고양이 관련 활동은 민간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전 변동에 위치한 `가온누리`는 길고양이 쉼터를 운영하는 민간봉사단체다. 이들은 길에서 발견된 유기묘들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센터에서 안락사 직전에 놓인 고양이를 데려와서 돌보는 역할을 한다. 지자체에서 운영되는 보호센터는 개체수 조절을 위해 입양 후 일정기간 분양이 안 되면 안락사를 시키기 때문에 길고양이들이 잠시 머물러 가는 역할밖에 못 하는 실정이다.

자원 봉사자들로 이뤄진 이 단체에서는 매일 고양이들 밥을 주고 화장실 청소를 해주는 것은 물론 병원에도 주기적으로 데려가며 관리를 하고 있다. 현재는 50여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미연 가온누리 대표는 "후원을 통해 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인력도 부족하고 재정적으로도 힘에 부칠 때가 많다"며 "시에서 길고양이를 위한 정책들을 펼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전시는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수술(TNR)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고양이 급식소 운영 등은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서울은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고 겨울집 등을 설치해주는 등 길고양이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는 길고양이는 사람과 공존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들의 의견도 있어 섣불리 관련 사업들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매년 시민들의 길고양이에 관한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 주도적으로 급식소나 겨울집 등을 만드는 것은 부담이 있다"며 "하지만 주민들의 동의만 있다면 해당 사업 진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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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구 봉명동에 있는 한 길고양이 급식소
유성구 봉명동에 있는 한 길고양이 급식소
유성구 봉명동에 있는 한 길고양이 급식소
유성구 봉명동에 있는 한 길고양이 급식소

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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