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60만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과연 어떤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일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설은 `집안 환경이 좋을수록, 아버지 월급이 높을수록 성적이 좋다` 이다. 그러기 쉽다는 것이지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시대라고는 하지만 어려운 집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한 사람들도 많다. 다만 가정의 화목함과 경제적 넉넉함은 아이들의 성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한다.
한 연구에서는 소년원 입소와 가정환경과의 상관성을 조사했다. 결과로 보인 첫 번째 변수는 아버지의 신체적 학대였다. 둘째 변수는 부모의 정서적 학대와 방임이고, 셋째 변수는 어머니의 방임이 매우 중요한 변수였다(사회연구, `사회연구 학술상` 최우수상 수상논문).
또 다른 연구결과가 있다. 비행청소년의 비행 경향성은 심리적 가정환경이 나쁠수록 높아진다. 물질적 가정환경이 아니다. 또한 심리적 가정환경이 나쁘면 유흥, 집단적 비행과 자살 충동 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왔다(서강대학교 석사 논문).
미국에서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부모 소득에 따라 갓난아기 때부터 아이들이 이미 차이가 나기 시작한단다(스탠퍼드 대학교). 고소득 가정과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은 만 18개월부터 어휘, 인지 능력에 벌써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것도 30 %나 차이 났다고 한다. 공부를 잘해야 결국 사회에서 보다 쉽게 성공할 수 있다는 통념에서 보면, 부모들의 소득 차이가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 이미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돈이 많으면 무조건 아이들의 뇌가 잘 발달될까?
또 다른 연구에서 보면 답을 알려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월수입이 백만 원 늘어 날 때마다 6 % 정도의 수학과 읽기 능력의 상승효과가 있단다. 재미있게도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바로 수입이 좋은 가정에서 `부모들이 아이들과의 대화가 더 많기 때문`이란다. 벌이가 좋다는 것은 가족 유대감을 강화시키거나 높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은 탓일 것이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부모 자식 간에 `꾸준히 대화`를 하고 있는 가정은 벌이 수준에 `관련이 없다`라는 예외적인 결과도 함께 발표 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없이 산다고 아이들하고 대화까지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아이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나마 우리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는 대목이다.
자료를 찾다보니 3800회나 인용이 된 논문이 있다. Hart라는 학자의 논문인데, 주제는 어린이들이 매일 일상생활에서 약간씩 다른 경험을 하는 것이 나중에 어떤 지적발달로 차이 나게 되는지에 대한 논문이다. 여전히 이 논문에서 말하는 지적 발달의 중요한 정답도 "아이와 부모와의 대화"이다. 부모와의 대화는 나중에 어휘의 성장, 어휘 사용, IQ 점수까지 영향을 준단다. 우리 서로간의 대화가 필요한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초등학교 이후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여러 가지 비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고가의 학원비에 허덕이다 보면 늘어나는 것은 은행 마이너스 통장의 숫자이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으면 일에 치이게 되고, 바쁘고 피곤하면 가족들과 대화는 더 없어진다. 집에 가면 잠자기 바쁘다. 그러는 사이 부모 자녀들과의 사이는 더 멀어지게 된다. 아이들이 커버리면 사춘기를 지나고, 곧바로 고등학교 학업에 부대끼며 살게 된다. 어느새 대화의 채널을 잃어버린 상태가 되고 만다. 이쯤 되면 정답은 나온 듯하다.
아이들이 커서 학원비 더 들이는 것 보다 아이들이 어릴 때 `하루 30분 이상 대화`하는 것이 자녀들을 잘 키우는 비결이다. 참 쉽지 않나? 성적 올리는 비결?
대화가 필요하다.
임현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의과학산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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